'사소한 것에서 찾아낸 지적 호기심을 2000% 채워주는 교양 과학' 이라고 표지에 적혀있는데 딱 이 책을 알맞게 소개한 한 마디이다. 

 

우리가 평소 생활하면서 이건 왜이럴까? 싶은 것들을 일반인들도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쉽게 풀어놓은 책인데,

그림도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다.

 

근데 과학에 정말로 문외한인 나는 그 와중에도 모르겠는 내용들이 있어서 조금 골치 아픈 파트도 있었다....... 수준은 중고등학교 과학책 수준이고, 글 수준도 딱 그정도인데 말이다. 

 

 

 

 

유튜버가 쓴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딱 느낌이 숏폼에서 1분정도에 정리해놓은 재미있는 과학상식! 이 글로 되어있는 느낌이다. 

이걸 AI가 읽어준다면 딱 그런 영상이 나올 것 같은 느낌?

 

만약 영상에 피곤해져있어서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을 과학교양책을 찾는다면 나쁘진 않지만,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아서 성인들이 사서 읽는 것은 비추천한다.

차라리 중고등학생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면 좋을듯. 교사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학급문고에 꽂혀있기 딱 좋은 책이다. 

 

정가 16,800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여담인데 이거 읽으면서 꽤 흥미롭고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다....뭐지?

 

이 글은 레시피 글이 아닙니다.

옛날에 토끼 캐릭터가 나와서 본인이 야매로 해본 요리를 소개하는 웹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것도 야매이긴 야매인데,

야매로 한 요리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그 야매 요리를 하려면 또 야매로 하면 안되는 것이었던 것. 

 

내가 말하는 야매 요리는

진짜 야매로 하는. 그러니까 즉흥으로 춤추는 재즈와 같은 요리인 것이다. 

 

그러니까 즉흥으로 하는 요리 말이다. 

물론 완전히 즉흥으로 하다가는 사람이 못 먹을 것을 연성해 낼 수 있으니, 내가 하는 야매요리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요리할 때 다음의 방법으로 한다. 이건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의 전제 같은 거다. 

모든 요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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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망쳐도 수습하면 된다는 마음가짐

가장 먼저 마음에 되뇌이고, 또 되뇌여야 하는 첫번째 전제이다. 

당연히 야매로 하니까 망칠 수도 있다!! 

 

야매로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정해져 있는 레시피를 지키지 않겠다'는 자유의 의지이다. 

레시피를 지키지 않고 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음식이 너무 싱겁고 맥아리가 없다거나,

너무 짜거나 달아진다거나 매워진다거나 등등.

그럴 때 몇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수습해서 먹을 만한 요리로 다시 둔갑시킬 수 있으니 당황하지말고 계속 해보자. 

 

망친 것 같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습해보자! 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말고 요리를 하자.

어떻게 수습하면 되는지는 아래 말해보겠다.

 

근데 타면 답없다 그건 망한거 맞다.

 

 

# 2. 레시피를 보되 재료만 보자

아무리 야매라도 재료도 모르고 시작할 순 없다. 

처음 해보는 요리라면 네이버 블로그에 레시피를 검색해보되, 재료만 참고하자.

 

재료 뭐가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예를 들어 고기 300g에 양파가 1개 쓰였다면, 

고기가 늘어나면 1개보다 좀 더 쓰면 되겠군. 하는 정도로만 보는 것이다. 

고추장이 1숟갈 들어가면, 고추장을 대충 사용하면 되는 거구나 보는 것.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자세히 보고 지키려고 하다 보면 망치기 쉬운 이유가 있다. 

 

 1. 재료마다 크기가 다르다. 

  - 양파 1개라고 치자. 양파도 지 나름대로 생김새가 다 다른데, 어마어마하게 큰 양파라면 반개만 넣어도 충분하다. 

  우리가 양파를 살 때 생각해보자. 갯수로 사는가, 그람수로 사는가? 

 

2. 집집마다 숟가락 크기가 다르다. 한 숟가락의 기준은 사람 생각마다 다르다.

  - 고추장 두 숟갈 넣으라고 되어있다고 치자. 두 숟가락을 뜨는 숟가락이 다른 걸? 레시피를 쓴 사람이 얼만큼의 크기의

  숟가락을 썼는지 계량숟가락이 아닌 이상..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두숟갈 얼마나 차이난다고 그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은근 맛이 달라진다. 여기서부터 야매요리 시작이다.

  맛이 안나면 그때부터 양념을 더 추가하거나 하겠지? 그럼 당신도 야매로 하고 있는 거 맞다. 

 - 한 숟가락을 뜰 때 가득 떴는지, 숟가락의 면에 평평하게 떴는지 어찌 아누? 작지 않은 차이를 만든다. 

 

 

# 3.  음식이 달아지는 것을 주의하자.  단맛 간은 나중에! 

우리가 보통 가장 어려움을 겪는 맛이 바로 '단맛'과 '짠맛'이다. 특히 한식에서 주를 이루는 맛이기도 하고.

양념을 하다보면 너무 달아지거나 너무 짜지거나 하기 십상이다. 

그 이유가 짠맛이 더해지면 음식이 더 달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단 양념을 충분히 넣었는데 간이 부족해서 짠맛을 내려다가 음식이 너무 달아지기 쉽다. 

 

짠맛과 단맛을 내는 양념이 둘다 레시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다 적절히 넣어야 간이 맞고 감칠맛도 나기 때문.

그런데 단맛은 잡기 꽤 힘들기 때문에 짭짤한 간부터 먼저 보고, 그다음에 음식의 단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3-㉠. 채소의 단맛을 무시하다간 당뇨 걸릴 거 같은 요리가 된다. 

    -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채소인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등에는 단맛이 아주 강하게 들어있다.

    특히 양파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에서 아주아주 흔하게 사용되는데, 볶거나 하면 정말 달아진다. 이를 무시하고

    '양파 많이 먹어야지~'하고 양파 많이 넣다보면 음식이 달아지니, 단 양념을 조금 줄여서 간을 해봐야한다. 

   - 이것을 역으로 야채를 통해서 단맛을 내는 방법이 있다. 육수를 끓일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달달한 감칠맛을 더하고자

     한다면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과하지 않은 단맛을 낼 수 있다.

     (특히 마늘! 다진 마늘과 직접 다져서 넣는 마늘도 은근히 다르니 잘 활용해 보자) 

 

  # 3-㉡. 간장의 종류를 다양하게 활용하자. 

    - 요리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간장 아무거나 막 쓰다가 듣도보도 못한 맛이 연성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 국간장 / 양조간장 / 진간장을 반드시 구분해서 쓰자. 

     기본적으로 간장은 달다. 가장 단 건 양조간장이고, 가장 짠 건 국간장이다. 조림요리에는 진간장이 적절하다고 하는데

     난 해본 적 없다용. 그리고 간장은 색이 진하기 때문에 보기에 좋은 요리를 하려면 그것도 조심해서 사용하자. 

 

  # 3-㉢. 간장간과 소금간은 다르다. 

    - 위에서 말했듯이 간장은 기본적으로 달다. 소금은 단맛없이 짠맛이 많기 때문에, 음식이 너무 달아질 것 같은데 간이

     더 필요할 때에는 소금을 사용하면 좋다. 

    - 보통 국을 끓일 때에는 국간장을 사용하는데, 국간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국물 색이 요상스러워지거나 너무 달아지기

     도 하기 때문에 간장간과 소금간을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것이 좋다. 

 

 # 4. 너무 짜거나 달면 물을 활용하자

    - 이것은 진짜 응급처치이다. 

    - 국이나 찌개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국물을 몇 국자 건져내고 물을 추가해서 다시 간을 한다. 

    - 볶음 요리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물을 한 두국자 넣어서 물을 넣은 상태로 살짝 볶는다. 물에 자작하게

     양념이 배어 나오면 건더기는 두고 그 물만 버린다. 그러면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다. 그 상태로 센불에서 볶아서

     물은날리고 다시 음식을 볶아내면 된다. 

 

 # 5. 맵다고 다 똑같은 매운 맛이 아니다. 원하는 매운 맛마다 다른 재료를 써야한다. 

    - 매운 요리를 사용할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념이 고춧가루, 고추장, 청양고추, 후추 등인데 각각 내는 매운 맛이

     다르므로 어떤 매운 맛을 내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한다. 

    - 깔끔하고 칼칼한 매운 맛은 후추를,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양념의 매운맛은 고춧가루를 활용하면 좋은데, 고춧가루마다 매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매워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 고추장은 텁텁, 찐득, 달아진다. 떡볶이 양념할때 고추장을 너무 많이 쓰면 영 맛없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리고 고추장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추장찌개를 끓일 것이 아니라면 찌개에 넣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 고추향을 내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활용하면 좋다. 청양고추는 넣을때 아주 잘게 넣거나 아니면 크게 넣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면... 좋겠지?  

 

#6. 조미료 쓰자 

   ..... 우리가 무슨 블랙요리사도 아니고 조미료 걍 쓰자. 

  추천하는 조미료는 맛소금, 참치액, 치킨스톡이고, 육수 한알도 매우 유용하다. 

 

 

이상이다. 

 


 

야매요리를 하면 좋은 점이 - 한번 해보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할 수 있다. 

즉흥으로 연주하는 재즈에다가 변주까지 줘 보는 재미! 요리가 더욱 재밌어지고 나만의 아이덴티티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한 요리 제목 물어보면 '한번 해본 찌개', '한번 해본 카레' 같은 건데 

그 한번 시도해본 요리가 성공하면 어찌나 짜릿한지! 

 

그리고 요리하면서 걱정하거나 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다. 

 

모두들 야매요리 하세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2019년 내가 교직사회에 첫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갑갑함이 떠올라서. 

최근 <2000년대생이 온다> 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교생 때 가르쳤던 02년생 제자들이 이제 막 취업을 하기 시작했다. - 심지어 같은 교사가 된 학생도 있고. 
유튜브  채널 '숏박스' 나 'SNL' 의 MZ오피스 등을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MZ 세대의 90년생과 Z세대/알파세대의 00년생들이 부딪히기 시작하는 상황들이 코미디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이제 90년생은 온 지 한참 되었다는 뜻. 그들도 점점 기득권층에 가까워 지고 있고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하는 위치에 왔다.
시대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세대도 그 속도에 맞추어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90년생)도 사회에 들어서고 있는 2000년대생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내가 겪은 교직사회는 양면성이 짙다. 

한 면은 교사들끼리 마치 회사처럼 서로 만나고 도와가며 일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주 흔하게) 

한 면은 개인 교사의 활동을 다른 교사가 관여하거나 어떻게 진행되는지 엿보기조차 매우 힘든 구조이다. 

 

전자는 행정 업무에 해당하고, 후자는 교육 활동에 해당한다. 

 


 

 

2019년, 2월까지만 해도 쌩얼에 츄리닝이나 입고 다니던 고시생이 3월부터는 갑자기 멀끔하게 차려입고 교육전문가 행세를 해야한다. 

 

전에 글에도 쓴 바와 같이, 신규 교사는 보통 담임을 준다. 

담임 기피 현상이 강하고 신규 교사는 업무 착임계(?)를 쓸 시간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우습게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신규교사임은 보통 철저히 감추려고 한다. 

- 나 어려보이지만 얕보지 말라는 기대(?)로 아이들이 짖궂게 '선생님 몇년차예요?' 라고 물어보거나 '선생님 올해 처음이에요?'라고 물어봐도 한사코 비밀이라며 할만큼 해봤다는 뉘앙스를 준다. 

그렇게 어설프지만 전문가행세를 하며 조종례, 청소지도, 상담 등을 진행하고,

수업시간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배테랑 교사인냥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교육자로서 오롯이 맡아 운영하는 수업시간, 학급운영 등에서는 나의 세대적 사고방식과 철학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배 교사나 관리자(교장감)이 알 길도 잘 없으며,

끽 해봤자 살짝 엿보는 정도인데 그걸로는 수박 겉핥기, 그니까 수박의 맛은 보지도 못하는 정도인 것. 


그러니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는 이상 선배 교사에게 수업에 대한 조언이나 지도를 얻기는 힘든데,

선배 교사들도 어찌나 자기일이 많고 바쁜지... 그런 행동이 민폐로 느껴질수 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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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업무, 학급 운영, 당장 오늘 세네개씩 들어가야하는 수업준비도 버거운데 행정업무는 또 얼마나 낯설은가

행정업무야말로 임용고시에서 공부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선배교사들에게 배울 수 밖에 없다. 질문 투성이. 물음표 살인마.... 

 

선배 교사들도 각자 맡고 있는 행정업무가 있고, 교육활동도 해야하고.

특성이 너무나 상반되는 일들을 여러가지 떠맡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기다가 이런저런 질문을 수시로 하기란 참 송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해야지 행정이 굴러가기 때문에 어찌저찌 부장교사에게 특히 도움을 많이 구해서 업무를 수행하곤 한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교육활동' 의 특징과 '다른 교사와 유기적으로 굴러가는 행정업무'의 특징이 섞이고,

그리고 학교라는 기관의 운영 목적이 얽혀서 만들어지는 교직사회의 요상스러운 문화이다.

 

학교의 주 업무는 교육활동이다. 무엇보다 교육활동이 중요하다. 그러니 교사도 교사지만 학생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학생을 위한 학생상담, 학생복지에 대한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에 반해 교사를 위한 상담, 교사의 복지, 교직사회의 개선에 대한 조치는 찬밥신세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간의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협의회'라는 이름의 회식이 종종 있기는 하나 다소 드문 편이며

세대간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며 공생하기 위한 길이 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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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발령을 받고 나서 몇개월 일한 뒤, 나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왜냐면 내가 90년생인데 나를 도저히 다들 이해를 못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나..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세대가 변하고 있는데 교직사회는 딱딱하게 굳어서 그걸 보지 못하고 있었다. - 변하는 교사보다 교육활동이 당장 급하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소감은. 

이건 내가 읽을 게 아니라 교감선생님이 읽어야 하니, 익명으로 하나 사서 교감선생님 책상위에 올려둘까? 였다.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종종 이렇게 일하는 건 '상식'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이렇게 딱딱한 교직 사회에서 절차로 남겨두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2021년, 나는 같은 교무실을 쓰던 40대 중후반 선생님들에게 뒷담화를 엄청 까였는데. (ㅋㅋㅋ)

이유는 뭐 90년생이 왔기 때문이었다. 

주된 까기의 내용은 '쟤는 맨날 조퇴써. 쟤는 금요일 오후면 자리에 있지를 않아.' 였다. 

 

나는 머리가 비상한 편이기 때문에(ㅋㅋㅋ) 그리고 손도 빠르고, 일도 몰아서 와장창하거나 집에 싸들고 가서 하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에는 별로 할일도 없고, 할일이 있으면 차라리 집에 가서 하는 게 더 좋았다. 

-보통 할 일은 행정업무가 아니라, 내가 운영하는 수업활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하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피해를 받을 건 없었는데 그냥 내가 조퇴한다는 이유로 뒷담을 깐 것. 

 

내가 그냥 땡땡이를 치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또라이는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정당한 연가를 사용한 거였다. 

그래 내 연가 말이다. 

 

연가! 그니까 직장인으로 치면 연차. 반차. 게다가 우리는 수업은 다 하고 가야하니까 조퇴라고 해봤자 한두시간 집에 일찍 가는 건데??!!! 

내 할일 다 하고 나서 연차도 못 쓰냐고용.~ 제 권리입니다만?

 

부장교사가 한번은 나에게 '젊은 교사들이 별 다른 이유없이 조퇴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 나온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내가 잘 해석해보면.

'당신이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를 사용하여 조퇴를 쓰고 집에 가는 것에 대해서 나와 내 주변 동료 교사들이 아니꼽게 생각해서 뒷담을 한 적이 있다.' 였는데, 

내 딴에는 이상한 게 - 특별한 사유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연가 아니던가? 특별한 사유- 예를 들면 아프다든가- 하면 병가나 공가 등을 쓸 수 있잖아요. (?????) 

 

차라리 회사처럼 내가 자리를 비우면 명확히 업무에 차질이 생겨서 연차나 연가는 그것들을 고려하여 써야한다면 몰라.

나는 내 '행정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충분히 다 마치고 집에 조금 일찍 간 거였는데도 욕을 먹었다. 

실제로 내가 행정업무를 잘 못해낸다도 지적을 들은 적은 없다- 오히려 아주 잘 해낸다거나 혹은 과하게 한다는 평은 들어봤어도.

 

아무리 생각해도 세대간의 차이 같다. 

그들에게 이제 2000년생이 올텐데 우짜누.

 


 

 

교사들도 서로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역멘토링' 이라는 활동이 있던데. 

 

회사에서는 꼰대상사들이 젊은 사원들에게 치이지 않고 잘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조치도 하는 듯하고,

그것을 알아보려는 시도 등도 나름 이루어지는 것 같던데.

 

교직사회는 일단 포커스가 '학생'에게 맞추어져 있다보니 선배 교사들이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어보인다. 

 

<90년생이 온다> 나 <2000년생이 온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보다 알아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란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를 하지 못할 거면 '이런 애도 있구나. 혹은 이런 애들이 이제 학교에 들어와서 교사를 하는구나.'를 알아두어야 귀한 인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힘들게 임용고시에 붙어놓고도 교직을 떠나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더이상 교사는 선호직업이 아니다. 

교육은 나라 발전의 가장 바탕이 되는 작업이고, 그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받쳐줘야 길게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잘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세대를 잘 이해하고 교육, 특히 유능한 교사들을 유치하고 잡아두는 데에 투자할 때가 왔다.

왜 더이상 교사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지

행정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말고, 있을 때 잘하자고. 

 

 

 

 

그제 난생처음 된장찌개를 정성스레 끓였는데,

하루 안 끓이고 방치했다고 두부가 상해버렸다. 

 

두부 안 들어가는 된장찌개도 있나?

맛있는 한우도 넣었는데,,.

 

두부는 참 약하기도 하지.

말캉물렁해서 썰기도 어렵고 말이야.

하루만에 상해버리다니.


 

 

서운하고 슬픈 감정은 두부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얼른 먹어치우든가, 

아니면 자주 끓여서 다른 재료들과 보글보글 이리저리 섞어서 맛있는 찌개를 유지해주지 않으면

금방 상해버려

주변에 맛있고 즐거운 감정 (된장찌개에서는 고기...?) 도 상해버리고

이내 마음 전체(이거슨 된장찌개...??) 가 다 상해버린다. 

 

두부야.

다음부턴 잊지않고 끓일게.

 

 

 

 

 

최근 참 미안한 일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게, 상대에게 잘못을 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의 감정이 강하게 올라왔다. 

 

'미안한' 감정. 

 

그냥 간단히 '미안해'라는 말로는 전달되지 않을 만큼 아리게 깊은 미안함이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할 때에도, 

또 혼자 있을 때에도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상대는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 잘못한 거 없다고. 이제 달라지면 된다고. 

 

근데 나는 자꾸만 자꾸만 미안하다는 말을 입밖으로 뱉었다. 

그러면서도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사실은 미안한 감정을 토로해야만 했기 때문에, 

나의 미안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는 내 스스로가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는데도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네가 아니라 나라서.

 

그것이 또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참 비겁하다. 

그 말을 함으로써 마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한발 앞으로 나아간 사람으로

스스로 착각하도록 한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결국

자기를 포장하는 말이기 마련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신이 자신을 용납하기 위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반성문이다.

 

처음 병이 발병하고 나서 다녔던 합정역에 위치한 개인병원에서 의사선생님께 들었던 말.

'아픈 지연씨도 지연씨예요.'

 

 

그동안 나는 이 말을 마음에 깊게 새기며 지내왔다. 

아픈 자신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아픈 자신도 사랑해라, 라는 의미였을까?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비뚤어지게 오해하기 시작했다. 


 

억울한 마음이 컸다.

술을 마시면 버릇처럼 하던 말이 '저 왜 아파야해요?' 였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나 왜 아파야 해요?' 라는 말. 이런 생각.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동안 자위해왔지만,

이제는 알겠다. 

나는 자신을 아주 불쌍하게 여기는,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면서 '아픈 나'를 내가 사랑해야겠으니, '당신'들도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당신'들이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아픈 나도 나니까,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픈 내 모습도 다 사랑해야한다고 우겨왔다. 

그걸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랑이라는 건, 아픈 나를 받아주는 거라고. 

 

아파서 내가 저지르는 안타까운 행동들도 다 '아파서 그랬구나'하고 넘어가줘야한다고. 

내 스스로 그래왔다. '아프니까'라며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잘못이 아니라고 여겨왔다. 

 

내가 종종 농담으로 '나 정신병자인데' 라고 말하는데,

친구가 나에게 한번은 '가불기네.' 라고 한 적이 있다. 그거 가불기라고, 그니까 병 얘기를 꺼내면 내가 다 이긴다고.

 


 

 

최근에 사고가 있었다. 

괴로워하는 나를 구하러 오빠와 새언니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와주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나를 쓰다듬어주는 새언니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너무나 따뜻한 품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동안에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말이나, 서운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중에는 - '제가 약을 먹겠다고 했는데도 저를 가만히 뒀어요.', '저에게 피해의식이 있다고 했어요.'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새언니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주 따뜻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아가씨가 아파서 정말 힘들고 괴롭겠지만, 아픈 사람 옆을 지키는 사람도 아주 힘들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언니가 그냥 내 징징거림을 들어주고, 마냥 내편만 들어줄 줄 알았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에서 애정을 가지고 하는 그 말이.. 그동안에 내가 얼마나 잘못 생각해왔는지, 나의 병에 대해서 또 병을 앓고 있는 나를 어떻게 비뚤어지게 봤었던건지.

 

3년 간의 행동과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후회와 부끄러움, 고마움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특히 애인이 그렇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맨날 우울하다고 누워있어서 어디 나가지도 못 하고,, 무슨 일만 있으면 죽겠다고 하는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지치겠는가. 

누구나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마련인데, 애인이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참,,, 나 왜그랬지,, 

 

그동안 애인과 다투면

우울에 허덕이며 약을 처방 용량보다 더 먹고 자버리거나 감정을 잔뜩 실어 원망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했던 것들. 

 

다 자기연민에 빠져 했던 추한 행동들. 

그리고나서 나는 '아프니까' 라고 스스로를 용서했다.

별별 잘못을 다 해놓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반성도 하지 않고

'아파서 그런거니까 개의치 말자'라고 자위하고 있었다. 

 

애인과 다투고 자해를 한 나에게 애인이 '너는 병을 무기로 쓴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걸...? 

 

근데 언니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러게, '나 아픈데 나를 괴롭게 해? 나를 사랑한다면서. 그럼 나는 나를 해할거야' 같은 객기를 부린 게 맞다. 참 부끄럽지만..

나는 '나 아파요!' 하는 깃발을 흔든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칼을 휘두른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옆을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고 말이다.

 


 

 

 

아픈 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치만 아파서 하는 나의 잘못된 행동들도, 내가 한 '나'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아픈 나도 나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내가 조울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 못해서 종일 우울에 빠져 있는다든지, 갑자기 당일에 약속을 파투낸다든지, 애인에게 무성의하게 연락을 한다든지, 

집안을 엉망으로 방치한다든지, 자신을 해한다든지 등등의 행동들. 

 

그 행동도 '내'가 한 행동이니 내가 책임지고 수습해야하는 것이 맞는건데. 

아픈 나도 나니까 말이다. 

아픈 내가 한 행동도 내가 한 행동이니까. 

 

그걸 이제야 알았다. 

 


 

 

죽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죽지 않고 쿨쿨이(조울증)과 같이 사는 법을 계속 알아가봐야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나, 그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혹은 우울증을 가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비추거나, 자신의 행동이 병 때문이라는 걸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또 우울한 사람 옆에서 어떻게 해줘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도 있고. 

 

근데 우울증과 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 병을 가지고도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사회 안에서 공생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는 못 본 것 같다. 

(특히 정치적으로 접근한 책들을 다 화가 나있어서 자기연민에 빠지기 더 쉬운 것 같다. 병을 크게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매몰되기도 쉽고)

 

아픈 건 잘못이 아니지만, 이미 아프기 시작한 걸 어떡해! 

몰아세우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나도.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서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요. 

당신도 그렇겠죠? 

 

 

이제 잘 해보고 싶다. 

오늘의 반성을 잊지 않고 내일은 나아진 모습으로 살자.

 

 

제목만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냅다 사버린 책이다. 

책이 얇고 2024년 12월 초판 발행인 아주 따끈따끈 신상이니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딱 좋을 듯하여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소설인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민지형)>과 제목이 비슷해서 산 것도 있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민지형)>은 내가 구입할 당시에 베스트셀러였는데, 

이번에 읽은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배기정)>은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두 책은 책이 발행된 시점의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플로우를 마치 허구가 아닌 다큐멘터리마냥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민지형)>은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가 너무나 실제로 그럴 법하여서 웃음이 나오는 책이다. 물론 지금은 또 패러다임이 많이 변화해서 현재에는 다소 낡은 내용일 수 있다. 두드러지게 큰 갈등 요소는 없지만,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배기정)> 또한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땅 어딘가에 꼭 그런 사람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소설 다운' 갈등이 있다.

약간 진용진 '없는영화' 느낌이랄까. 가볍게 접근했다가 빠져들어 버리는 웹드라마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대중성을 제대로 겨냥한 스릴러 영화의 느낌.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층까지 트롯 열풍이 불었었다. 나도 꽤나 좋아했는데. 

스토리는 트위터 알티를 타고 갑자기 빵 뜨게 된 젊은 트로트 가수와 그 가수를 덕질하는 홈마 누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트로트와 덕질. 트위터. 2024년 겨울에 이 얼마나 힙한 조합인가. 

그러니까... 인터넷 조금 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없을 수가 없는 재료들을 가지고 엉뚱한 짓따위는 하지 않은 마라탕 같은 책이다. 

 

이 소설의 진면모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을 때, 독자에게 남는 인물의 모습인데

몰아치는 스토리 속에서 단단히 설정된 인물이 인상적이다.

 

이런 영화 같은 사건 위주의 책을 좋아한다면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주 심심한 날 교보문고 구석에서 1-2시간정도 시간을 내어 훑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  :-)

'누나 진짜 미친 것 같아요'라는 문구가 펀치라인처럼 등장하는데... 되게 별로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자학행위나 약물자해를 한 적은 있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손목을 긋거나 하는 자해는 한 적이 없다.

아니, 없었다. 

 

주변에서 왜 그랬는지 물어보지만 달리 이유가 없어서, 이유를 답할 수가 없다. 

약과 술을 같이 먹으면 블랙아웃이 온다. 

행동 자체가 터무니없지는 않지만, 맨정신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해버린다. 

 

어느 날은 담뱃불을 손목에 지졌다. 왼쪽 손목에 담배빵 자국이 여럿 생겼다. 

그날은 절연한 친구에게 원망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여러날이 지난 후였다. 

 

피부과에 가서 담배빵 치료를 받는데, 흉터가 생길 거라고 했다. 

나의 과오가, 내 눈에 가장 잘 보이고 가장 자주 보이는 곳에 새겨졌다. 

흉터가 생길 거라고 하니 이제 누구에게도 숨길 수도 없을 것 같아 글을 쓰지만, 당시에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다.

나 같아도 무서울 것 같다. 내 주변 사람이 불타는 담배개비를 제 손으로 맨살에 부벼대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많이 아물었지만 아직도 딱쟁이가 다 떨어지지 않았다. 

얼룩덜룩한 팔목을 보면, 나 참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한다-싶다.


 

그날은 그저 잠에 들려고 했는데, 

술도 안 먹었는데 어느새 내 몸은 홍대 클럽 거리에 나가 있었다.

블랙아웃이 오기 전 기억으로는, 9시부터 문을 연 클럽에 혼자 앉아서 데낄라 샷을 6잔을 내리 목구멍에 부었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에 오니 발목은 삐어서 퉁퉁 부어있어 절룩거리며 걸어다니게 되었고, 머리통과 팔목, 엉덩이 구석구석 멍과 혹이 생겼다.

말그대로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잘도 집에 돌아왔다. 

 

이번에도 누군가에게 되도 않는 메세지를 보냈고, 

누군가와 몸싸움을 했거나 혼자 넘어졌거나 그랬겠지.

 

참 

쓸데없는 짓을 다 한다.


 

요즘 왜 사람은 자신의 '생'과 '사'를 선택할 수 없는가를 생각한다.

'생'이야말로, 마지 주어진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귀한 가치인 듯 평생 가스라이팅 당하고. 

'사'는 '생'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로로 치부된다. 

 

그런데 난 '생'을 받은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이것도 내가 선택하지 못했는데, '사'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원망스럽다. 

 

'해충박멸'

해충도 생명인데 말이지. 나도 해로운 인간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 

나도 독하고 집요하게 박멸 당해도 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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