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소주파. (잭다니엘 같은 싸구려 위스키나 와인도 좋아하긴 하지만)

소주파라기보다는 소주를 마셔야 덜 취하는 체질이다. 증류주가 몸에 맞나 보다. 

맥주를 마시면 빨리 취한다. 

 

대학시절에는 내가 술을 참 못하는 편인줄 착각했다. 보통 술이 약하면 맥주를 마시는데, 나는 맥주를 마시면 빨리 취하기 때문에 소주는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며 '소주파'의 선배님들의 술잔에 맞춰 나도 소주잔을 부딪히다보니 

나의 주량이 소주 한병정도는 거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량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량이 기준이 뭐지 싶은데,

나는 소주 두세잔부터 알딸딸해져서 한 병 반까지는 유지되고,

그 이후 두병정도 마시면 '꽐라'가 되어 비틀거린다. 

그래서 한병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항상 주량을 넘겨서 마시지. 각 1병 이런 건 잘 못한다. 

 

술에 취해서 험한 짓을 하기도 했지만 웃긴 일들도 많아서 좀 적어보고자 한다. 

 


 

 

1. 대학생 때 고등학교 친구들을 모아 미팅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애'로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팅 자리에서 일단 언더라이스(밑밥)를 깔았다. 나 술 잘 못 마신다고. 

  그때 한참 이슬톡톡이 유행이었는데, 그 말을 듣더니 남자애들이 나의 벌주를 '이슬 톡톡'으로 주문해 주었다.ㅋㅋㅋ 그래서 나는 술게임을 하고 져도 '소주잔'에다가 이슬 톡톡을 마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어이없고 웃기다. 이슬 톡톡이 3도인가 그런데, 그걸 소주잔에 마셨으니.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있는데 나는 술에 하다고 안 취해서 피곤하기만 했다. (원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하지 않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는 듯) 

 

 

2.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잠든 적이 두 번있다. 한 번은 홍대의 한 벤치에서, 한 번은 아파트 단지에서 잠들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 꼭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데, 한 번은 택시를 잡지도 못하고 잠이 든 거고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잘 와 놓고 아파트 정문에서 우리 집 아파트동까지 걸어오는 길에 잠이 든 것이다. 그때 나는 직장인이었지만 커다란 검은색 책가방에 책과 닌텐도를 넣고 다니며 혼자 혼술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젤다의 전설 혹은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을 뒤적이거나 책을 읽거나 하던 때라서 아마 학생으로 오해받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 다 젊은 남자가 나를 깨워주었는데, 한 번은 내가 깨운다고 짜증을 냈나 보다. ㅋㅋㅋㅋ 그랬더니 그 사람이 '그럼 여기서 계속 있든가요!'하고 되받아쳐서 그때 정신이 번쩍 들어 깼다. ㅋㅋㅋㅋㅋㅋㅋ번쩍 일어나서 '어우 감사합니다' 그러고 비틀비틀 다시 집까지 걸어갔는데 그게 시간이 11시도 안 됐을 시간이라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파트 단지에서 한참 자다가 들어왔다는 걸 아직도 모르신다. 

 

 

3. 이 날은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뭐 술이랑 크게 상관없는 에피소드이긴 한데. 인형뽑기를 해서 머리가 동그랗고 베이지색의 강아지 인형을 하나 뽑았다. 손에 들기 귀찮았고 머리가 동글동글에서 쓰다듬기 좋은 모양이라 코트를 벌려 그 안에 구겨 넣고 코트를 잠가서 인형이 딱 몸에 붙어있게 고정을 하고 돌아다녔다.

  그랬는데 친구가 자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고 그러는 거다. 그 시선이 '저거 뭐야...?' 이런 당황스럽고 신기한 시선이긴 했는데 그냥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친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품의 인형을 진짜 강아지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래도 인형이 진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니까!!' 라며 ㅋㅋㅋㅋ 설마, 했는데 몇 분 돌아다녀본 결과 사람들이 진짜로 그 인형을 강아지로 착각을 하는지, 뒤돌아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친구는 '봐봐! 맞잖아!' 이러는데ㅋㅋㅋ 나는 웃겨 죽겠는데 친구는 어째서인지 자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걱정스러운지 심각해 보였다 ㅋㅋㅋㅋ 시선을 즐기며 연남동을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 

 

 

끝이다. 싱겁네 

 

불면증이 있어서 잠에 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어디 즈음에 와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이 흐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작이 반이면, 나머지 반은 어떡하라고? 그래서 시작하기가 싫은 거야. 

시작을 안 하면 나머지 반도 안 해도 되는 걸.

 

누구는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시작은 반밖에 안 되고,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니 그 과정은 얼마나 두려운가.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베라고 하던데, 

무도 안 베면 안될까? 

 

또 누구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한다. 

또 누구는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됐지.' 라고 한다. 

 

 

나는 어느 과정에 있는가.

나는 시작은 한 걸까? 시작을 했으면, 반이 남았을까? 그것보다는 덜 남았을까?

서른둘의 나이에 인생의 시작을 했는지 안 했는지 고민하는 사람. 

 

이 글은 레시피 글이 아닙니다.

옛날에 토끼 캐릭터가 나와서 본인이 야매로 해본 요리를 소개하는 웹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것도 야매이긴 야매인데,

야매로 한 요리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그 야매 요리를 하려면 또 야매로 하면 안되는 것이었던 것. 

 

내가 말하는 야매 요리는

진짜 야매로 하는. 그러니까 즉흥으로 춤추는 재즈와 같은 요리인 것이다. 

 

그러니까 즉흥으로 하는 요리 말이다. 

물론 완전히 즉흥으로 하다가는 사람이 못 먹을 것을 연성해 낼 수 있으니, 내가 하는 야매요리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요리할 때 다음의 방법으로 한다. 이건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의 전제 같은 거다. 

모든 요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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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망쳐도 수습하면 된다는 마음가짐

가장 먼저 마음에 되뇌이고, 또 되뇌여야 하는 첫번째 전제이다. 

당연히 야매로 하니까 망칠 수도 있다!! 

 

야매로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정해져 있는 레시피를 지키지 않겠다'는 자유의 의지이다. 

레시피를 지키지 않고 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음식이 너무 싱겁고 맥아리가 없다거나,

너무 짜거나 달아진다거나 매워진다거나 등등.

그럴 때 몇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수습해서 먹을 만한 요리로 다시 둔갑시킬 수 있으니 당황하지말고 계속 해보자. 

 

망친 것 같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습해보자! 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말고 요리를 하자.

어떻게 수습하면 되는지는 아래 말해보겠다.

 

근데 타면 답없다 그건 망한거 맞다.

 

 

# 2. 레시피를 보되 재료만 보자

아무리 야매라도 재료도 모르고 시작할 순 없다. 

처음 해보는 요리라면 네이버 블로그에 레시피를 검색해보되, 재료만 참고하자.

 

재료 뭐가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예를 들어 고기 300g에 양파가 1개 쓰였다면, 

고기가 늘어나면 1개보다 좀 더 쓰면 되겠군. 하는 정도로만 보는 것이다. 

고추장이 1숟갈 들어가면, 고추장을 대충 사용하면 되는 거구나 보는 것.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자세히 보고 지키려고 하다 보면 망치기 쉬운 이유가 있다. 

 

 1. 재료마다 크기가 다르다. 

  - 양파 1개라고 치자. 양파도 지 나름대로 생김새가 다 다른데, 어마어마하게 큰 양파라면 반개만 넣어도 충분하다. 

  우리가 양파를 살 때 생각해보자. 갯수로 사는가, 그람수로 사는가? 

 

2. 집집마다 숟가락 크기가 다르다. 한 숟가락의 기준은 사람 생각마다 다르다.

  - 고추장 두 숟갈 넣으라고 되어있다고 치자. 두 숟가락을 뜨는 숟가락이 다른 걸? 레시피를 쓴 사람이 얼만큼의 크기의

  숟가락을 썼는지 계량숟가락이 아닌 이상..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두숟갈 얼마나 차이난다고 그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은근 맛이 달라진다. 여기서부터 야매요리 시작이다.

  맛이 안나면 그때부터 양념을 더 추가하거나 하겠지? 그럼 당신도 야매로 하고 있는 거 맞다. 

 - 한 숟가락을 뜰 때 가득 떴는지, 숟가락의 면에 평평하게 떴는지 어찌 아누? 작지 않은 차이를 만든다. 

 

 

# 3.  음식이 달아지는 것을 주의하자.  단맛 간은 나중에! 

우리가 보통 가장 어려움을 겪는 맛이 바로 '단맛'과 '짠맛'이다. 특히 한식에서 주를 이루는 맛이기도 하고.

양념을 하다보면 너무 달아지거나 너무 짜지거나 하기 십상이다. 

그 이유가 짠맛이 더해지면 음식이 더 달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단 양념을 충분히 넣었는데 간이 부족해서 짠맛을 내려다가 음식이 너무 달아지기 쉽다. 

 

짠맛과 단맛을 내는 양념이 둘다 레시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다 적절히 넣어야 간이 맞고 감칠맛도 나기 때문.

그런데 단맛은 잡기 꽤 힘들기 때문에 짭짤한 간부터 먼저 보고, 그다음에 음식의 단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3-㉠. 채소의 단맛을 무시하다간 당뇨 걸릴 거 같은 요리가 된다. 

    -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채소인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등에는 단맛이 아주 강하게 들어있다.

    특히 양파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에서 아주아주 흔하게 사용되는데, 볶거나 하면 정말 달아진다. 이를 무시하고

    '양파 많이 먹어야지~'하고 양파 많이 넣다보면 음식이 달아지니, 단 양념을 조금 줄여서 간을 해봐야한다. 

   - 이것을 역으로 야채를 통해서 단맛을 내는 방법이 있다. 육수를 끓일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달달한 감칠맛을 더하고자

     한다면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과하지 않은 단맛을 낼 수 있다.

     (특히 마늘! 다진 마늘과 직접 다져서 넣는 마늘도 은근히 다르니 잘 활용해 보자) 

 

  # 3-㉡. 간장의 종류를 다양하게 활용하자. 

    - 요리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간장 아무거나 막 쓰다가 듣도보도 못한 맛이 연성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 국간장 / 양조간장 / 진간장을 반드시 구분해서 쓰자. 

     기본적으로 간장은 달다. 가장 단 건 양조간장이고, 가장 짠 건 국간장이다. 조림요리에는 진간장이 적절하다고 하는데

     난 해본 적 없다용. 그리고 간장은 색이 진하기 때문에 보기에 좋은 요리를 하려면 그것도 조심해서 사용하자. 

 

  # 3-㉢. 간장간과 소금간은 다르다. 

    - 위에서 말했듯이 간장은 기본적으로 달다. 소금은 단맛없이 짠맛이 많기 때문에, 음식이 너무 달아질 것 같은데 간이

     더 필요할 때에는 소금을 사용하면 좋다. 

    - 보통 국을 끓일 때에는 국간장을 사용하는데, 국간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국물 색이 요상스러워지거나 너무 달아지기

     도 하기 때문에 간장간과 소금간을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것이 좋다. 

 

 # 4. 너무 짜거나 달면 물을 활용하자

    - 이것은 진짜 응급처치이다. 

    - 국이나 찌개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국물을 몇 국자 건져내고 물을 추가해서 다시 간을 한다. 

    - 볶음 요리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물을 한 두국자 넣어서 물을 넣은 상태로 살짝 볶는다. 물에 자작하게

     양념이 배어 나오면 건더기는 두고 그 물만 버린다. 그러면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다. 그 상태로 센불에서 볶아서

     물은날리고 다시 음식을 볶아내면 된다. 

 

 # 5. 맵다고 다 똑같은 매운 맛이 아니다. 원하는 매운 맛마다 다른 재료를 써야한다. 

    - 매운 요리를 사용할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념이 고춧가루, 고추장, 청양고추, 후추 등인데 각각 내는 매운 맛이

     다르므로 어떤 매운 맛을 내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한다. 

    - 깔끔하고 칼칼한 매운 맛은 후추를,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양념의 매운맛은 고춧가루를 활용하면 좋은데, 고춧가루마다 매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매워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 고추장은 텁텁, 찐득, 달아진다. 떡볶이 양념할때 고추장을 너무 많이 쓰면 영 맛없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리고 고추장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추장찌개를 끓일 것이 아니라면 찌개에 넣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 고추향을 내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활용하면 좋다. 청양고추는 넣을때 아주 잘게 넣거나 아니면 크게 넣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면... 좋겠지?  

 

#6. 조미료 쓰자 

   ..... 우리가 무슨 블랙요리사도 아니고 조미료 걍 쓰자. 

  추천하는 조미료는 맛소금, 참치액, 치킨스톡이고, 육수 한알도 매우 유용하다. 

 

 

이상이다. 

 


 

야매요리를 하면 좋은 점이 - 한번 해보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할 수 있다. 

즉흥으로 연주하는 재즈에다가 변주까지 줘 보는 재미! 요리가 더욱 재밌어지고 나만의 아이덴티티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한 요리 제목 물어보면 '한번 해본 찌개', '한번 해본 카레' 같은 건데 

그 한번 시도해본 요리가 성공하면 어찌나 짜릿한지! 

 

그리고 요리하면서 걱정하거나 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다. 

 

모두들 야매요리 하세요! 

 

 

 

그제 난생처음 된장찌개를 정성스레 끓였는데,

하루 안 끓이고 방치했다고 두부가 상해버렸다. 

 

두부 안 들어가는 된장찌개도 있나?

맛있는 한우도 넣었는데,,.

 

두부는 참 약하기도 하지.

말캉물렁해서 썰기도 어렵고 말이야.

하루만에 상해버리다니.


 

 

서운하고 슬픈 감정은 두부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얼른 먹어치우든가, 

아니면 자주 끓여서 다른 재료들과 보글보글 이리저리 섞어서 맛있는 찌개를 유지해주지 않으면

금방 상해버려

주변에 맛있고 즐거운 감정 (된장찌개에서는 고기...?) 도 상해버리고

이내 마음 전체(이거슨 된장찌개...??) 가 다 상해버린다. 

 

두부야.

다음부턴 잊지않고 끓일게.

 

 

 

 

 

최근 참 미안한 일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게, 상대에게 잘못을 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의 감정이 강하게 올라왔다. 

 

'미안한' 감정. 

 

그냥 간단히 '미안해'라는 말로는 전달되지 않을 만큼 아리게 깊은 미안함이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할 때에도, 

또 혼자 있을 때에도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상대는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 잘못한 거 없다고. 이제 달라지면 된다고. 

 

근데 나는 자꾸만 자꾸만 미안하다는 말을 입밖으로 뱉었다. 

그러면서도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사실은 미안한 감정을 토로해야만 했기 때문에, 

나의 미안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는 내 스스로가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는데도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네가 아니라 나라서.

 

그것이 또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참 비겁하다. 

그 말을 함으로써 마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한발 앞으로 나아간 사람으로

스스로 착각하도록 한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결국

자기를 포장하는 말이기 마련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신이 자신을 용납하기 위한 말일지도 모른다.  

 

어제 꿈에 대한 글을 썼다. 

꿈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였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건 살면서 처음인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교사라는 꿈을 꿨지만, 

- 내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아주 이상적이다. 좋은 사람들을 길러내서 세상이 나아지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서 교육자가 되고 싶었다.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그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영향이 미치지 않는 영역도 많을 것이다. 교육자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매일을 보다 아름답게 꾸며주는 사람들 모두가 성장하는 데에 크고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흙이나 거름 같은 거라고.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던 것인가? 생각해보면 갸우뚱하게 된다.

 

사실 고3때 잠깐 한눈 판적이 있었다. 

내가 고2에서 고3 지낼 때 즈음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1세대 유튜버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센세이셔널한 히트를 쳤는데,

'이거다!' 싶었다. 

영상을 하고 싶었다. 편집이든 연출이든 뭐든. 영상의 시대가 오는구나 싶었다. (근데 나 좀 선견지명 있는 거 아닌가 데헷)

그래서 수시 6장의 티켓을 전부 미디어 관련 학과로 지원했다. 

 

그런데!! 수능 성적이 너무 잘 나와버린 것.

찍은 거를 다 맞아서 (ㅋㅋㅋ) 담임 선생님께서 입시 상담해주실 때 재수해도 절대 이 성적 안 나오니 무조건 안정지원해서 이번에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음...

당시에는 뭐 정시 성적이 좋으면 수시에서 납치당한다 어쩐다, 이런 얘기가 있었어서.... 

평소에 모의고사 보면 어영부영 맨날 재수하겠다고 징징대던 애가 꽤나 선방을 하니,

부모님께서 갑자기 내 대학 진학과 전공을 정하는 데에 크게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 쩝,,, 

그러면서 영상은 여자가 하기에 너무 고생스럽고 잘못하면 배 곯기 딱좋다며, 여자 직업으로는 교사가 최고라며, 사범대 지원을 종용하셨고, 그래서 어찌저찌 수시 지원했던 학교들의 논술 시험은 치루러 가보지도 못하고 사범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사범대는 자격증이 나오는 학과이기 때문에 필수로 들어야하는 전공 필수 과목, 전공 기초 과목 등 필수 이수 학점이 어마어마하고, 

여기에서 한눈 팔기란 참 쉽지 않다. 

복수전공을 한 아주 소수의 동기들은 추가학기는 기본으로 다니는 듯 했고, 대부분의 동기들은 8학기 칼졸업 후에 임용고시를 준비하였다. 

- 임용고시는 졸업예정자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과 학생들처럼 졸업 유예는 보통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쉬고 싶어서 1년 휴학을 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8학기 칼졸업 후에 임용고시를 공부하여 교사가 되었다.

 

사범대의 환경이나 주변에서 '공무원이 최고지.' 라는 말이나, '여자 직업으로는 선생님만한 게 없다.'라는 말이나, 부모님의 기대 등으로

나는 그저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 있어서.

그리고 그 길이 너무 넓고 명확해서 머리 아픈 고민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발길을 옮겼던 것 같다. 

 


 

 

곧 복직을 하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만약 또 아프게 된다면 아마 면직하게 되겠지.

 

사실 끝까지 잘 해낼 거라는 확신보다, 

관두기 영 아까운 이 직업을 내려놓기 위한 정리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동안에는 이 일은 그만한다면 '나는 어떤 일을 업으로 삼고 살까' 참 고민이 많았다.

돈벌이도 그렇지만, 사람에게 '일'이란 먹고 사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건 누구의 삶을 들여다 보아도 그렇지 않을까. 

살아가는 데에 성취와 동기, 철학, 자아와 성격의 형성에도 스며드는 것이 업이다. 

 

교사를 그만둔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라는 질문에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냥 알바' 라고 답했었다. 머리 안 쓰고 시키는 거 몸 써서 열심히 하면 먹고 살수 있는 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그러다 문득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책방이다.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니 신기하리만치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한쪽에는 책을 팔고, 한쪽에서는 커피와 술을 마시며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책을 파는 공간의 이름은 [구멍책방]이라고 할 것이다. '구멍가게' 의 소박한 느낌을 데려오고 싶어서. 

 

[구멍책방]에는 내가 큐레이팅한 책을 팔 것이다. 

나는 책을 고르고 읽는 취향이 꽤나 확고하고,

동묘에 쌓여있는 헌 옷을 뒤져 특별한 아이템을 얻겠다는 패피의 마음으로 (ㅋㅋㅋ) 베스트셀러가 아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책을 알라딘 등을 싹싹 훑어 찾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모아보면 카테고리를 나누기에 나쁘지 않고, 

그동안 주변인들에게 책 추천을 해왔던 바로는 내 취향이 꽤나 대중적이라서 내가 골라오는 책들이 장사를 하기에도 너무 마이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는 여가독서를 즐긴다. 

자기계발서 같은 건 읽지 않는 편이다. 독자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살아야 한다.' 하는 책들은 사양한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요즘 같은 도파민 중독시대에...!!  

'여기서 산 책들은 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것 같아.' 라든지, '이 책방 사장님 취향이 좀 웃겨' 같은 소리를 들을 만한 그런 책들을 모아다가 팔고 싶다. 

독서는 항상 지루하고, 마음을 먹어야하지만 건드릴 수 있는 - 여가보다는 생산에 가까운 활동이라는 오명을 벗길 바란다. 

 


 

 

[구멍책방] 옆에는 커피 혹은 차, 술을 마시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한다. 

책방에서 구매한 책을 읽어도 되고, 자신의 책을 가져와서 읽어도 되고. 

맨몸으로 온 사람도 자연스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쪽 구석 책장에 자유롭게 가져다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꽂아둘 것이다. 

 

음료의 종류는 아주 적게. 주인공은 음료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주전부리는 필수다. 

책은 정적인 활동이니까, '가사가 없는' 음악과 손이나 입이 심심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거리들을 준비해 두어야 겠지.

 

책 냄새와 적당한 조도의 조명. 편안하지만 졸리지 않는 분위기. 

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지만, 붕 떠있지도 않아서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어수선하지 않은 공기. 

산만하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게 단조롭지도 않게 공간을 꾸미고 싶다.

 

이 공간의 이름은 [광장 (아고라)] 라고 할 것이다. 

책을 사는 곳은 작은 구멍가게일지라도, 책을 펼지는 순간 '광장'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아고라'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다. 

아고라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폴리스에 형성된 광장으로, 그리스인들은 이 곳에서 민회와 재판, 상업, 사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아고라(Agora)’라는 말은 ‘시장에 나오다', ‘사다’ 등의 의미를 지니는 ‘아고라조(Agorazo)’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의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아고라가 시장의 기능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시민들의 일상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나 ‘사람들의 모임’ 자체를 뜻하게 되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아고라 [agor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대학시절 시 창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아고라'를 광화문 광장과 엮어서 시를 쓴 적이 있다.

모든 말들이 모이는 곳. 

광장에는 온갖 말들이 모인다. 그게 옳든 그르든. 같은 생각이든 다른 생각이든. 한 명의 말이든 여럿의 말이든 말이다. 

 

아주 흔하게 책을 펼치면 다양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광장 (아고라)] 는 개인이 책을 읽어서 광장에 나서는 의미도 될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뜻도 있다. 

 

종종 그곳에서 약간의 취기를 곁들인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싶다. 

책 속의 세상과, 책의 내용이 스며든 나의 세상을 이야기하고, 책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타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광장 같은 모임을. 

 

그리고 책장에 있는 책에는 자유롭게 메모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내가 책을 사서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매모'하기 위함인데. 

책을 읽는 버릇 중에 하나가 '댓글 남기기'이다.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옆에 적어두거나, 웃기면 그냥 'ㅋㅋㅋㅋ'이렇게 적어두기도 한다. 

 

내가 낙서/메모하며 읽은 책을 누군가가 또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달고, 또 그것을 다른 이가 보고 나도 보고. 그렇게 방명록처럼 댓글이 쌓인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광장(아고라)]의 책장에 꽂힌 책들이. 그런 생각들을 모아주면 좋겠다. 재밌는 부분은 sns에 올려도 좋고! 

 

 


 

[구멍책방]과 [광장(아고라)]를 가진 이 책방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으면 좋을까?

가게 이름 짓기는 아주 천천히 생각하며,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나의 설렘으로 남겨두겠다. 이 책방을 여는 그날까지. 

 

'너는 꿈이 뭐야?'

 

꿈이 무어냐는 질문.

맞춤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코흘리개 어린 나이부터, 책상과 거울 앞에서 한세월 보내는 학창시절, 그리고 내일이 토요일이라고 금요일 밤을 기다려 술에 취하는 청춘까지 

평생을 달고 사는 질문이지.

 

어릴 때는 '꿈'을 '장래희망'과 동일한 의미라고 착각했다.

나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악기를 관두고 나서는 '판사'(ㅋㅋㅋ), 머리가 좀 커서 내가 받을 수 성적과 실현 가능성 같은 걸 고려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국어교사'가 꿈이라고 대답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새내기 시절, 우연히 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무슨 과였는지,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이름이 뭐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스무살의 나는 어김없이 '존경 받는 국어 교사' 정도로 답했다.

그러자 선배가 그것은 '꿈'이 아니라고 했다.

 

선배는 '목표'와 '꿈'은 다른 것이라고.

그것은 꿈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고, 그 수단을 쟁취하기 위한 목표가 될 뿐이지.

직업이 '꿈'이 될 순 없다고.

 

꿈이란,

'어떤 삶을 살아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와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내가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국어교사'가 된 순간, '꿈을 이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오랜시간 나의 '꿈'을 계속 생각하며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들을 떠올리고,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어 나가면서 천천히 가까워 지는 것.

그리고 눈 감는 날까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영감과 동기를 주는.

그런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선배의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막 대학생이 된 나는, 이게 성인의 깊이인가-하고 감동했었던 것 같다...ㅋㅋㅋ)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에도 '꿈'과 '목표'는 다른 것이라고 일러둔다. 

 

단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목표를 꿈과 착각해 버리면, 

그 목표에 다다랐을 때 허무해버릴 수 있다.

내가 어떤 시험에 합격해서, 어떤 직업을 얻게 되어서, 이만큼의 돈을 모아서 - 이런 것들을 '꿈'으로 착각하고 살았다면, 

그다음은 뭐가 있지?

삶을 살아갈 때,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가 어려워진달까.

 


 

 

스무살의 나는, 한참 고민한 끝에

'감사하고 본받을 만한 어른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때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기억에 남는 교사이고 싶었나 보다. 

 

글의 서두에 '꿈이 무어냐'는 질문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듣는다고 했는데,

그래서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인가? 하면.. 스무살의 지연이가 가졌던 꿈을 아직도 품고 있는가? 하면... 

그럴리가! 

 

나는 꿈이 없다. 

여기에 '아직'이라는 수식을 붙이겠다. 

 

나는 '아직' 꿈이 없다. 

그러니까, 

취준생 같이 나는 꿈준생이라고 하련다. 

 

'꿈'이 눈 감는 날까지 마음에 품는 것이라면,

나에게 아직 '꿈'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많잖아. 그래서 이대로 살아보련다.

살다보면, 

기대하지 않은 날에. 조용히 올 수도 있겠지. 

플로깅 혹은 줍깅. 

조깅을 하면서 하는 길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데,

요즘 런닝도 유행하고 기후위기에 관심도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 위주로 하는 사람이 꽤나 늘었다.

 

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의 날에 플로깅을 하곤 하는데,

복직하기 전 걷뛰로 2시간씩 운동을 했었으나, 일을 하면서는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해 야금야금 비상자원을 온몸에 비축해둔 나는..

 

올해 플로깅으로 건강과 기후위기를 위한 행동적 실천까지 꾀해보겠다며 

바로 오늘 첫 시도를 해보았다.

 

*플로깅 준비물: 생분해비닐봉투/종량제비닐봉투 , 플로깅백 , 장갑 , 마스크 , 집게 

 

이 중에 하나도 필요하지 않은 건 없다. 

 

사실 나는 오늘 집게를 들고가지 않았는데, 집게 필수다.. 허리 나간다 진짜로;;;

운동하는 건데 무슨 집게~? 이러면서 집게 안 샀는데 당장 사야겠다. 

마스크는 담배꽁초에서 냄새가 너무 올라와서 목이 칼칼해진다. 이것도 웬만하면 챙겨나가자 

 

플로깅 준비물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세이플래닛에서 주문했는데 만족한다.  내돈내산 추천~

https://smartstore.naver.com/safeplanet1

 

세이플래닛 :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장보기 제로웨이스트 샵 / 일회용 롤백 대신 아윌비백 / 유기농 그물망 면주머니

smartstore.naver.com

 

오늘 플로깅하며 돈 거리- 3km, 시간- 1시간 32분, 소모칼로리는 219kcal 이다. 

시간 대비 운동 효율은 좋지 않지만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은 된다. (심박수는 대충 110~120bpm정도로 유지된다) 

 

요령이 없다보니 보이는 족족 다 주었는데 

걷거나 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시간보다 현저히 적었다. 

거의 오리 걸음하듯이 조금 기어가서 줍고 또 줍고 하는데..

 

쓰레기의 비율은 담배꽁초가 제일 많았고,

제일 어이 털린 쓰레기는 바로~~ 참기름병!  참기름병을 왜 길거리에 버리는겨? 

 

그래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 주을 것인가?' 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가로수 밑에 꽁초가 너무 많은데,,, 늘어서 있는 가로수 족족 다 꽁초가 많아서 도저히 뛸 수가 없다...

(마치 가로수 마다 영역표시하려고 하는 강아지마냥 다 들러야함)

그리고 길가 낙엽에도 꽁초들이 정말 많은데, 낙엽은 지자체에서 수거해가니 패스해도 될 것 같다,,등.....

조금 효율적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

 

 

플로깅은 생각보다 보람을 느끼기가 힘들다.

왜냐면 일단 내가 열심히 치운 길을 내가 다시 지나가지 않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족족 계속 쓰레기가 보이고

내가 집에 가는 길에도 쓰레기가 있고... 이미 봉투는 꽉차서 무겁기까지 하고..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마냥 쓰레기 줍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꽤나 재미가 있다. 

오늘 한 플로깅은.. '깅'은 없고 '줍'이 대부분이었는데, 좀 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그리고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들 진짜 플로깅으로 흠씬 혼내주는 거 아주 사회적으로 효과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들다) 


 

※ 오늘 깨달은 플로깅의 주의할 점

  1. 집게 없으면 허리 나간다 
  2. 쓰레기의 향연이 끝이 없어서 보람이 딱히 없고.... 인류애 상실 ^ㅅ^
  3. 어디까지 주을 것인가 기준을 정하고 나가자 
  4. 재미는 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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