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소주파. (잭다니엘 같은 싸구려 위스키나 와인도 좋아하긴 하지만)
소주파라기보다는 소주를 마셔야 덜 취하는 체질이다. 증류주가 몸에 맞나 보다.
맥주를 마시면 빨리 취한다.
대학시절에는 내가 술을 참 못하는 편인줄 착각했다. 보통 술이 약하면 맥주를 마시는데, 나는 맥주를 마시면 빨리 취하기 때문에 소주는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며 '소주파'의 선배님들의 술잔에 맞춰 나도 소주잔을 부딪히다보니
나의 주량이 소주 한병정도는 거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량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량이 기준이 뭐지 싶은데,
나는 소주 두세잔부터 알딸딸해져서 한 병 반까지는 유지되고,
그 이후 두병정도 마시면 '꽐라'가 되어 비틀거린다.
그래서 한병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항상 주량을 넘겨서 마시지. 각 1병 이런 건 잘 못한다.
술에 취해서 험한 짓을 하기도 했지만 웃긴 일들도 많아서 좀 적어보고자 한다.
1. 대학생 때 고등학교 친구들을 모아 미팅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애'로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팅 자리에서 일단 언더라이스(밑밥)를 깔았다. 나 술 잘 못 마신다고.
그때 한참 이슬톡톡이 유행이었는데, 그 말을 듣더니 남자애들이 나의 벌주를 '이슬 톡톡'으로 주문해 주었다.ㅋㅋㅋ 그래서 나는 술게임을 하고 져도 '소주잔'에다가 이슬 톡톡을 마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어이없고 웃기다. 이슬 톡톡이 3도인가 그런데, 그걸 소주잔에 마셨으니.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있는데 나는 술에 하다고 안 취해서 피곤하기만 했다. (원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하지 않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는 듯)
2.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잠든 적이 두 번있다. 한 번은 홍대의 한 벤치에서, 한 번은 아파트 단지에서 잠들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 꼭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데, 한 번은 택시를 잡지도 못하고 잠이 든 거고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잘 와 놓고 아파트 정문에서 우리 집 아파트동까지 걸어오는 길에 잠이 든 것이다. 그때 나는 직장인이었지만 커다란 검은색 책가방에 책과 닌텐도를 넣고 다니며 혼자 혼술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젤다의 전설 혹은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을 뒤적이거나 책을 읽거나 하던 때라서 아마 학생으로 오해받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 다 젊은 남자가 나를 깨워주었는데, 한 번은 내가 깨운다고 짜증을 냈나 보다. ㅋㅋㅋㅋ 그랬더니 그 사람이 '그럼 여기서 계속 있든가요!'하고 되받아쳐서 그때 정신이 번쩍 들어 깼다. ㅋㅋㅋㅋㅋㅋㅋ번쩍 일어나서 '어우 감사합니다' 그러고 비틀비틀 다시 집까지 걸어갔는데 그게 시간이 11시도 안 됐을 시간이라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파트 단지에서 한참 자다가 들어왔다는 걸 아직도 모르신다.
3. 이 날은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뭐 술이랑 크게 상관없는 에피소드이긴 한데. 인형뽑기를 해서 머리가 동그랗고 베이지색의 강아지 인형을 하나 뽑았다. 손에 들기 귀찮았고 머리가 동글동글에서 쓰다듬기 좋은 모양이라 코트를 벌려 그 안에 구겨 넣고 코트를 잠가서 인형이 딱 몸에 붙어있게 고정을 하고 돌아다녔다.
그랬는데 친구가 자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고 그러는 거다. 그 시선이 '저거 뭐야...?' 이런 당황스럽고 신기한 시선이긴 했는데 그냥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친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품의 인형을 진짜 강아지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래도 인형이 진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니까!!' 라며 ㅋㅋㅋㅋ 설마, 했는데 몇 분 돌아다녀본 결과 사람들이 진짜로 그 인형을 강아지로 착각을 하는지, 뒤돌아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친구는 '봐봐! 맞잖아!' 이러는데ㅋㅋㅋ 나는 웃겨 죽겠는데 친구는 어째서인지 자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걱정스러운지 심각해 보였다 ㅋㅋㅋㅋ 시선을 즐기며 연남동을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
끝이다. 싱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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