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꿈이 뭐야?'
꿈이 무어냐는 질문.
맞춤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코흘리개 어린 나이부터, 책상과 거울 앞에서 한세월 보내는 학창시절, 그리고 내일이 토요일이라고 금요일 밤을 기다려 술에 취하는 청춘까지
평생을 달고 사는 질문이지.
어릴 때는 '꿈'을 '장래희망'과 동일한 의미라고 착각했다.
나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악기를 관두고 나서는 '판사'(ㅋㅋㅋ), 머리가 좀 커서 내가 받을 수 성적과 실현 가능성 같은 걸 고려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국어교사'가 꿈이라고 대답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새내기 시절, 우연히 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무슨 과였는지,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이름이 뭐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스무살의 나는 어김없이 '존경 받는 국어 교사' 정도로 답했다.
그러자 선배가 그것은 '꿈'이 아니라고 했다.
선배는 '목표'와 '꿈'은 다른 것이라고.
그것은 꿈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고, 그 수단을 쟁취하기 위한 목표가 될 뿐이지.
직업이 '꿈'이 될 순 없다고.
꿈이란,
'어떤 삶을 살아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와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내가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국어교사'가 된 순간, '꿈을 이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오랜시간 나의 '꿈'을 계속 생각하며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들을 떠올리고,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어 나가면서 천천히 가까워 지는 것.
그리고 눈 감는 날까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영감과 동기를 주는.
그런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선배의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막 대학생이 된 나는, 이게 성인의 깊이인가-하고 감동했었던 것 같다...ㅋㅋㅋ)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에도 '꿈'과 '목표'는 다른 것이라고 일러둔다.
단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목표를 꿈과 착각해 버리면,
그 목표에 다다랐을 때 허무해버릴 수 있다.
내가 어떤 시험에 합격해서, 어떤 직업을 얻게 되어서, 이만큼의 돈을 모아서 - 이런 것들을 '꿈'으로 착각하고 살았다면,
그다음은 뭐가 있지?
삶을 살아갈 때,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가 어려워진달까.
스무살의 나는, 한참 고민한 끝에
'감사하고 본받을 만한 어른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때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기억에 남는 교사이고 싶었나 보다.
글의 서두에 '꿈이 무어냐'는 질문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듣는다고 했는데,
그래서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인가? 하면.. 스무살의 지연이가 가졌던 꿈을 아직도 품고 있는가? 하면...
그럴리가!
나는 꿈이 없다.
여기에 '아직'이라는 수식을 붙이겠다.
나는 '아직' 꿈이 없다.
그러니까,
취준생 같이 나는 꿈준생이라고 하련다.
'꿈'이 눈 감는 날까지 마음에 품는 것이라면,
나에게 아직 '꿈'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많잖아. 그래서 이대로 살아보련다.
살다보면,
기대하지 않은 날에. 조용히 올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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