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계기 

동네 알라딘에서 읽을 만한게 뭐가 있나,,, 찾아보면서 책장을 둘러보던 중.. 이제 없나보다~하던 찰나에 내 눈에 띈 이 책. 

2023학년도 학교에서 IB탐색학교를 진행했었다. 나는 2학기 복직이라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넘치는 양의 IB연수를 소화하시느라 힘들어보였다. 

2024학년도 IB관심학교에서 후보학교까지 진행하려는 관리자와 교원들 사이에 의견대립이 팽팽했다. 얼굴이 벌개지도록 이야기를 나눴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교원의 상당 수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는 IB관심학교가 되었다.

(후보 학교 신청은 별개로- 다시 의견을 모은다고 한다.)

 

IB관심학교가 되었지만. IB가 뭔지를 모르겠다. 

학교에서 IB연수를 다녀오신 선생님들께서 서너번 IB 교육에 대해 교내연수를 진행하셨지만, 항상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였다. 

연수를 하시는 분이 모르겠다고 말하시다니! 

 

그러니까 연수를 들어도 도통 뜬구름 잡는 이야기뿐, 실제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IB가 실현될 것인지에 대한 장면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이번 업무분장에 IB업무가 포함된 자리를 썼고, 2024학년도에는 나도 IB를 공부하고 교육과정도 짜봐야할 것 같아,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기엔 불안하려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해서 얼른 책을 집어들고 집으로 왔다. 


 

서평

일단... 이 책은 나처럼 IB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이걸 읽어도 결국 IB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현직 교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IB로 어떤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을지-어떤 수업/평가를 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IB 교육과정을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 꼭 IB여야 한다!! 다른 건 안된다!! IB 최고!!'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까지 이어지는 논리적 과정이 비약이 심하고, 표현이 자극적이라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혹시 IB지능형 안티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수준. 

(그리고 IB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비판하는데, 비판의 논리도 수준이 낮아서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 시험이 서논술형 시험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일단 선다형, 단답형 문항 폐지를 주장한다.

현재 수능 및 내신 시험 문제는 학습자의 단순 지식만 물어보고, 변별을 위한 문제일뿐이라 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습자의 사고 능력 성장이 저해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대학교에서 따로 문제를 내서도 안 되고 

현재 논술 전형도 안된다고 말한다. - 현재 논술 전형은 이미 답이 정해진 논술 시험이므로 IB에서 보는 시험과는 다르다고 한다...

 

결국에는 수능과 내신을 모두 서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로 시스템을 개편하여 학교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평가할 수 있는 평가 패러다임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시는 서논술형+수행평가의 학교 내신과 IB에서 진행하는 논술형 외부시험을 모두 반영하도록 주장한다.)

 

수업에서는 정답이 정해진 지식을 주입하는 식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생각도 존중하고 사고력도 기르는 토론식 / 프로젝트형 수업을 강조한다. 

 

이렇게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혁신하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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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주장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거의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제 단순한 지식 암기로는 사회에서 한자리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야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선다형보다는 서논술형 및 수행평가가 이러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인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관건은 그래서 현재 그러한 교육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대학교나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항상 학습자 중심 수업, 지속적인 피드백, 정성적 평가, 직접 평가, 과정 중심 평가 등이 중요하다고 배워왔으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것을 실현하기가 매우 힘들다. 

 

 

첫째. 교원 한 명당 맡아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중학교 3학년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 단원한다고 가정해보자. 

작년 기준 교사가 봐야하는 글의 갯수는 30명*8반 = 약 240개다. 아이들에게 A4 반장짜리 글을 쓰라고만 해도 교사가 봐야하는 글은 A4 120쪽이다. 

 

말듣읽쓰 기능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피드백과 이를 반영한 수정이다. 

부족한 점을 스스로 혹은 동료 및 교사와 함께 찾아보고, 이를 산출물에서 수정하고 나아가 수행 과정에서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과정을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반복해야한다. 

 

그러면 교사는 총 240명의 글을 읽어보고 개별적인 피드백을 한 후에, 적절하게 반영하였는지, 수정이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해야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에 시수와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속한 교육지원청은 교원 수를 줄이고만 있다. 

당장 올해도 우리학교 근처에 사립학교가 사라지면서 그 인원이 유입되어 전체 반의 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교원을 더 주지 않아 차라리 과밀학급을 선택하게 된 상황이다. 

 

이렇게 교원을 줄여 학습자 중심 수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면서 어떻게 IB와 같은 교육과정을 시행하라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이 교사 한 명당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이 25명 이상씩 되면, 절대로 IB와 같은 교육은 할 수 없다. 

 

 

둘째. 현재 교육수요자가 서논술형, 수행평가를 선호하지 않는다.

관리자의 요구로 선다형 고사를  평가에 포함하는 교과가 적지 않다.  

 

국어 교과의 경우, '지식'이 중요한 영역은 매우 적다. 

문법의 경우 약간의 암기지식 필요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실제 언어에서 어떻게 실현되어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지식에서 학습이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말듣읽쓰의 영역은 지식보다는 기능이 중요하다.

학습자의 수행을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직접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문법 단원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면, 굳이 지필평가를 보지 않아도 수행평가로 충분히 아이들의 학습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필평가를 보지 않고, 수행평가 100%로 평가 계획을 냈을 때 항상 관리자에게 반려당했다.

교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에서 결정한 평가계획을 관리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관여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 이유는 어김없이 - 학부모가 지필평가를 원하기 때문에 지필평가(흔히 말하는 고사)를 보라는 요구였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지적하는 -현재 학교 내신에서 선다형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내용은 중학교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교사의 의견보다는 교육수요자(학부모)와 관리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교육평가자(혹은 시험채점관)의 권위가 낮다. 

서논술형 평가를 꺼려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평가자의 전문성과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채점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는데,

현재 공교육은 '평가자의 전문성' 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가자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선다형 문제로 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선다형 문제는 -말 그래도 정답에 해당하는 보기를 고르는 문제-로 정해진 정답이 있어야하고, 문제는 정답을 제외한 보기는 답에서 배제하도록 발문되어야 한다. 

문제에 대한 답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답이 아닌 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꽤나 힘든데.

특히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어 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해야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

 

따라서 선다형 시험은 오히려 문제 출제 자체에는 품이 더 많이 든다.

(서논술형은 문제 출제보다도 채점 기준 수립 및 채점에 더 품이 많이 든다)  

매 고사마다 교사는 오류 없는 문제를 내기 위해 보고 또 보고,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하지만 고사를 출제하는 기한은 짧고, 교사가 수업/평가만의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며, 검토를 하는 교사의 수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보니 고사에서 오류가 있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고사가 뭐라고. 

고사에서의 오류는, 마치 신성한 무언가에 오물을 묻힌 것마냥 교사를 질책한다. 

오류를 만들어낸 교사는 한순간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 좋은 평판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수업시간에 만들어온 교사의 수업전문성과 학생과의 라포는 고사에서 저지른 한번의 실수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매년 학교 성적에 목매는 학생은 자신이 틀린 문제에 혹시라도 교사가 실수를 저질러서 점수를 조금 더 받을 기회가 생기지는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살핀다. 

수업시간에 다루지 않았다고 우기기도 부지기수이다. 

일부 반에선 시험시간에 나온 표현을 그대로 표현하였고, 다른 반에서는 같은 뜻이지만 다른 표현을 하였다고 이의제기를 하기도 한다. 

 

이미 추락한 교권에서 서논술형은 채점과 관련한 민원이 밀려올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를 감당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이 책에서 말했듯이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채점 기준을 공개해야한다. 

하지만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 치 중등 교사 선발 임용 시험만 하더라도 점수만 알려줄 뿐 채점기준이나 모범 답안을 알려주지 않는다. 

임용시험이야말로 전체 서논술형 평가로 이루어지며, 지식과 생각을 적절히 융합하여 답을 적어 점수를 받는다. 

이미 이렇게 IB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평가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국가고시가 있다.

그렇다면 이 시험에서 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I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국내의 사례는 살피지 않고, 국외에서만 모범 사례를 찾으려고 하는가? 


 

 공교육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해도 된다. 

 

입시 시험이 서논술형 시험으로 개편되면 이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학생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의 성장하도록 돕는 수업이 되므로, 서구선진국에서는 입시로부터 자유로워야 공교육의 정상화된다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57쪽) 

 

이 의견에서 간과한 점은 중등교육이 고등교육(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은 선택이다.

모든 중고등학생이 대학을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IB 입시 시험이 학생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방향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무시하는 사고이다. 

서논술형의 입시 시험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를 준비하는 수업만이 학생을 스스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인간으로 길러내는 수업도 아니므로 

입시 위주의 수업은 교사에게 결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오히려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방해하고 발목을 잡을 것이다. 

 

중등교육은 입시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입시로부터 자유로워야 교사가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담은 수업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 

만약 중등교육이 입시를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를 둔다면, 중등교육은 대학입시제도에 질질 끌려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말은 곧 교사의 교권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중등교육이 대학입시제도에 끌려다니는 게 교육적으로는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학교육과 중등교육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중등교육이 대학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교육대상자의 인지적 성장뿐만 아니라 인격과 도덕성, 감성과 감정 등을 모두 포함한 전인적 성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많은 중등교육 교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생활/인성교육' 이다.

 

현재 중학교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70-80년대생이다. 이들이 학생이었을 때,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우등반을 만들고, 우등반에게 뱃지를 채워주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는 뱃지라는 완장을 채워주고, 그 동네에선 이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도 조금 눈감아 주는 것쯤은 흔한 일이었다.

(심지어 우등반에서 떨어지면 뱃지는 반납해야했다.) 

 

당연히 이렇게 공부만 잘하면 장땡인 시절은 이미 지났지만, 그런 시절을 보냈던 부모들은 왜곡된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자녀의 성적에만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는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을 체득한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과 상담을 구안하는 데에 힘쓰고, 공교육은 인성과 정의적 영역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점점 많은 파이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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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해도 학부모 상담에서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수업 태도를 보이는지, 인격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도덕적인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부모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수첩을 들고 앉아서 -우리 아이는 IT 계열로 보내고 싶다는 둥, 자사고를 보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는 둥의 질문뿐이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14살, 중1 아이를 둔 경우 더 심하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되지.'라는 사고를 그대로 배워온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입시'를 한다며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심지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반고를 진학하지 않고 특수목적고 입시를 준비하는 자신이 남다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작년에 맡았던 동아리의 부장이었던 학생 Y는 예고를 준비한다며 2학기 내내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부장의 빈자리를 다른 부원들이 채워야만 했다. (Y의 결석 사유는 대부분이 미인정이었다) 

입시가 끝나고 동아리 시간에 돌아온 Y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부장의 자리를 채워준 아이들에게 고마워해야한다는 나의 지도에 투덜거리기만 했다. 

 

학교를 무단으로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Y는 '저 입시하느라 못 나온 건데요?' 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 아이는 무단결석뿐만 아니라 질병결석이나 생리결석도 매달 서류상 가능한 대로 썼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아이는 부모에게 거짓말을 배웠다. 아주 뻔뻔하고 이기적인 거짓말을. 

 

Y는 3학년 2학기 학기말 나의 수업시간에 잠만 잤다. (조는 것도 아니고 패딩 모자를 뒤집어쓰고 가방을 베고 잤다.)

아이를 깨워서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데리고 와 지도를 했다. 

나의 지도 내용을 요약하자면 '불성실한 태도는 버릇이 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평판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너를 평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서 행동하라' 였다. (인성적인 부분을 이야기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아서, 차라리 성과에 대한 이야기로 아이를 설득하는 편이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그러자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신은 잘 하려고 하는데 왜 그러냐며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내가 힘든 걸 몰라줘서 미안하다며, 수업시간에 다른 부담은 주지 않을테니 자지만 말라고 타이르자 Y는 눈물을 더 많이 계속 흘렸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자, Y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서 입시를 준비한 것이 아이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아이는 자신이 예고에 가야하는 이유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야하는 이유를- 성공한 화가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교에서 예고입시를 지원해주지 않아 학교수업도 포기해가면서 학원을 다녀야했던 Y를 안타까워 해야할까? 

아니면 학교생활만으로 예고에 입학할 수 없는 현행 입시제도를 안타까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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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공교육이 입시 지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입시학원에 매달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논리적 순서가 틀렸다. 

상급학교가 학생들의 성과 위주의 평가를 입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적 성취만을 다룰 수 없는 공교육에서 입시 지원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교사의 관찰 내용과 정성 평가는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서논술 평가, 수행평가를 진행해도 IB 대입제도에서 내신은 점수로 환산되어 부여된다)

예를 들어, 담임이 작성하는 행동발달특성상황은 상급학교 진학 시에 반영되지 않으며 학습자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은 반려당한다. -개인의 감정이 반영되거나 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유/ 혹은 부정이나 비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공교육에서의 생활 전반이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상급학교 진학/입시에 반영된다면,

애초에 공교육에서 입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 받을 이유도,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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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담임을 할 때 학생과 성적 관련 상담은 잘 하지 않는다. 

담임반 아이를 대할 때 머리 위로 점수가 보이는 걸 경계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적도 대강 파악만 해두지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여도 점수가 좋은 아이들이 있고,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담임반 생활지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과 존중'이다. 아이들이 가장 크게 혼날 때는 교사에게 예의 없이 행동했을 때이다.  

 

교과 지도를 할 때에도 과제를 하지 않거나, 수행평가를 백지로 낸 것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는다. 

대놓고 엎드려서 자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 혹은 교사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고 질문을 하는 등의 경우에만 지도를 한다. 

 

이유는 학업 성적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보다 도덕적, 사회적 역량이 학생이 삶을 주도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에 훨씬 중요한, 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업적 성과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초학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격려만 할뿐 성적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나와 같이 생각한다면 공교육은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공교육의 가치는 입시와 관련 없다. 
입시 제도가 공교육 체제와 결과를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 측면에서 다방면으로 비중있게 반영해야 사교육이 사라지지,

공교육 교육과정이 입시 제도에 맞춰봤자 사교육이 사라지진 않는다....(이건 너무 간단한 논리인데..?) 

 

현재 교원으로 선발되는 교사들은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다.

야 이 짱구야. 이들의 교육이 가치없다고 폄하하지 말고, 공교육의 권위를 세워줄 궁리를 했으면 한다.  

 

학교교육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그 자체로 권위가 있어야 한다.

 

입시 제도와 시험이 따로 존재하고, 학교 교육이 이를 반영한 수업을 해야한다면...

그 입시 제도와 시험이 아무리 좋더라도 교사는 정해진 수업을 해야하고,

교권은 지금과 같이 바닥에서 뒹굴 것이다.  


다소 정리되지 않은 글이 되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1.  IB가 좋은 거 알겠는데,,, 왜 하필 꼭 IB를 해야하는 건데? 

  2.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교육과정을 바꾸자는 거야, 수업지도안을 준다는 거야, 입시제도를 바꾸자는 거야? 하나씩 말해봐 

였다. 

 

책을 쓴 목적이 우리나라에 IB를 도입하자고 설득하는 것 같은데, 논리적 흐름이 다소 뒤죽박죽이라 혼란스러웠다.

이 책에선 해소할 수 없는 IB와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많아서 관련 책을 두 권 더 샀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을 읽고나서 IB에 대해 생긴 의문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글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뉘게 되어 유감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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