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혹은 줍깅. 

조깅을 하면서 하는 길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데,

요즘 런닝도 유행하고 기후위기에 관심도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 위주로 하는 사람이 꽤나 늘었다.

 

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의 날에 플로깅을 하곤 하는데,

복직하기 전 걷뛰로 2시간씩 운동을 했었으나, 일을 하면서는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해 야금야금 비상자원을 온몸에 비축해둔 나는..

 

올해 플로깅으로 건강과 기후위기를 위한 행동적 실천까지 꾀해보겠다며 

바로 오늘 첫 시도를 해보았다.

 

*플로깅 준비물: 생분해비닐봉투/종량제비닐봉투 , 플로깅백 , 장갑 , 마스크 , 집게 

 

이 중에 하나도 필요하지 않은 건 없다. 

 

사실 나는 오늘 집게를 들고가지 않았는데, 집게 필수다.. 허리 나간다 진짜로;;;

운동하는 건데 무슨 집게~? 이러면서 집게 안 샀는데 당장 사야겠다. 

마스크는 담배꽁초에서 냄새가 너무 올라와서 목이 칼칼해진다. 이것도 웬만하면 챙겨나가자 

 

플로깅 준비물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세이플래닛에서 주문했는데 만족한다.  내돈내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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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플로깅하며 돈 거리- 3km, 시간- 1시간 32분, 소모칼로리는 219kcal 이다. 

시간 대비 운동 효율은 좋지 않지만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은 된다. (심박수는 대충 110~120bpm정도로 유지된다) 

 

요령이 없다보니 보이는 족족 다 주었는데 

걷거나 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시간보다 현저히 적었다. 

거의 오리 걸음하듯이 조금 기어가서 줍고 또 줍고 하는데..

 

쓰레기의 비율은 담배꽁초가 제일 많았고,

제일 어이 털린 쓰레기는 바로~~ 참기름병!  참기름병을 왜 길거리에 버리는겨? 

 

그래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 주을 것인가?' 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가로수 밑에 꽁초가 너무 많은데,,, 늘어서 있는 가로수 족족 다 꽁초가 많아서 도저히 뛸 수가 없다...

(마치 가로수 마다 영역표시하려고 하는 강아지마냥 다 들러야함)

그리고 길가 낙엽에도 꽁초들이 정말 많은데, 낙엽은 지자체에서 수거해가니 패스해도 될 것 같다,,등.....

조금 효율적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

 

 

플로깅은 생각보다 보람을 느끼기가 힘들다.

왜냐면 일단 내가 열심히 치운 길을 내가 다시 지나가지 않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족족 계속 쓰레기가 보이고

내가 집에 가는 길에도 쓰레기가 있고... 이미 봉투는 꽉차서 무겁기까지 하고..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마냥 쓰레기 줍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꽤나 재미가 있다. 

오늘 한 플로깅은.. '깅'은 없고 '줍'이 대부분이었는데, 좀 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그리고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들 진짜 플로깅으로 흠씬 혼내주는 거 아주 사회적으로 효과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들다) 


 

※ 오늘 깨달은 플로깅의 주의할 점

  1. 집게 없으면 허리 나간다 
  2. 쓰레기의 향연이 끝이 없어서 보람이 딱히 없고.... 인류애 상실 ^ㅅ^
  3. 어디까지 주을 것인가 기준을 정하고 나가자 
  4. 재미는 있다 . 끝.~ 
기후 위기를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

 

 

위의 문장은 중의적으로 보인다. 

얼핏 보면 다짐과 같이 보이겠지만.. 

사실 이미 불편한 현실을 알아버리기 전으로 이제 더이상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뭣도 모르고 마음 편히 환경을 마구 파괴하던 악랄한 무지함은 이제 끝났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근무하는 학교에서 '탄소 중립 선도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부터이다. 

학교에 '생태 계'가 새로 생기면서 교과나 교과 외 행사 등으로 생태교육과정이 신설되고, 선생님들께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생태 교육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1학기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전임자로 계시던 선생님이 속한 교사동아리에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생태 교육 교사 동아리가 그중 하나였다. 

이미 생태 교육 행사가 1학기에 많이 진행되어, 처음에는 사실 생태 교육이나 탄소 중립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딱히 관심이 크지도 않았다. 

그러다 동아리에서 책을 지원해주어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 환경 수업>(최원형) 을 읽게 되었다.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 환경 수업>은 매달 환경과 관련된 기념일과 연관지어, 각 기념일이 지정되게 된 계기현재의 상황,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과 범지구적 차원에서 필요한 노력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해둔 책이었다.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단순했다. 

책에 소개된 기념일과 관련해서 수업을 해보려고 - 수업 아이디어나 소재나 좀 얻으려고 - 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수업을 하기는커녕 당장 나부터 배워야할 내용이 산더미였다. 

 

이 책 한권으로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다. 

기후위기는 공부하지 않고 상식으로, 일차원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책의 내용 중 내가 가장 충격받았던 부분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 채식도 채식 나름이다. 

육류가 탄소배출량이 상당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이라고 다 좋은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수입과일. 운송하는 데에 상당한 자원이 소비된다.

채식을 한다며 수입과일은 마음껏 그대로 먹고 있으면, 과연 탄소 중립을 위한 채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전기차가 친환경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여의도 더 현대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다보면 '친환경 자동차' 주차 칸이 있다. 

주차 안내원이 아래로 내려가라고 안내하면, 나는 항상 '저 친환경에 대면 안돼요?' 라고 물어본다. 

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끌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 주차칸에 주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차 안내원이 막아두었던 차단봉을 치워주고 나는 마치 주차우대권이라도 구매한 것마냥 의기양양하게 들어가서 주차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공영주차장 주차비도 반이나 할인 받을 수 있다. 

서울은 공영주차장도 주차비가 비싸기 때문에 50%나 할인받는 건 꽤 큰 금액을 할인 받는 것이다. 

(게다가 계산할 때 원래 주차비를 보여주고 할인된 금액과 내가 계산할 금액을 보여주는데, 할인된 금액을 항상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아주 짜릿하다.) 

 

위와 같은 혜택은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일 텐데..

물론 하이브리드차가 석유 연료를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적게 소모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하이브리드 차를 몰며 이런 혜택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해 왔다. 왜? 난 친환경 자동차를 운행하니까! 

하지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가 석유 연료를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생각은 조금 단순한 접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은 석유 연료를 대신하는 전기 에너지는 그럼 어디에서 오는가이다.

애초에 우리가 소모하는 전기가 생산되는 발전소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면?  

그렇다면 전기를 쓰는 차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에서는 어차피 석유나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낸 전기를 소모하면 친환경의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전기차는 친환경에너지-태양광 등을 사용하여 생산한 전기로 굴렸을 때 진정한 친환경의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내 차가 친환경 자동차라고 착각하고 자랑스럽게 온갖 혜택을 받으며 다녔을 것이다. 

멀리 보아 친환경에너지(신재생에너지) 생산의 발전과 확대를 전망하면 전기차는 친환경이 맞다! 

(물론 차를 운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벌써부터 친환경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결국 자차 운행보다는 대중교통을, 대중교통보다는 자전거를 타라고 제안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그래서 어떻게 살란 말이야! 내가 숨쉬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파괴하고 있잖아!' 였다.

그냥 나의 존재 자체가 환경파괴적이었다. 

 

약간은 허무한 생각도 들었지만, 더 알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기후위기나 환경보호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해왔다는 느낌이 아주 강했다. 

더 공부해야겠다-싶어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관련 책을 잔뜩 샀다. 

 

조금 더 공부해보며 

내 마음이 가는 만큼이라도 조금씩 탄소중립을 지향해보려고 한다.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순진하든 무지하든 기후위기를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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