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이어서...

 

 

그래서 단기 기억 상실이나 기억력 저하 같은 부작용을 겪고도 이 시술이 효과가 있었냐,하면 분명히 있었다. 

ECT 의 효과는 입원 당시에서부터 나타난다. 

 

시술을 받기 전에는 아주 위험한 상태에서 입원을 했었다. 

폐쇄병동에 입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유서를 쓰거나. 

시술을 한 3-4차례 받은 후부터는 호르몬 체계가 리셋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조울증 환자라 조증까지 기분이 좋아지면 곤란한데, 그런게 아니라 그냥 편안해진다. 

 

8회를 받았을 때도 효과 지속 기간이 짧았다. 

봄에 처음으로 8회를 받고 바로 몇달 후 여름에 10회를 받게 되었으니. 

 

10회를 받은 이유는 지속 기간을 늘려보자는 이유였다. 

일주일에 세 번 시술을 받으니 약 한 달간 입원을 해야하는데 그것 또 여간 지루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루한 기억도 없어지니... 딱히 불만 가질 것도 없다.) 

 

여름~가을 넘어가는 중에 10회를 받고나서 곧장 11월에 또 4회를 받았다. 

역시나 지속기간은 짧다. 

그러니 일년 내내 시술을 받게된 꼴이 되어서 2024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4회는 유지치료 개념으로 적은 횟수를 받았다. 

이렇게 점점 유지기간을 이어가면서 유지 치료를 받으면 몇 달에 한 번 정도, 1박 2일로 간단히 입원하여 시술을 받으면 유지될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11월에 그렇게 받은 후 꽤 나빠졌어서 유지 치료 개념으로 다시 시술 받을 것도 고려해 보았으나, 

반성문 이후로는 자살 생각은 들지 않아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이 3월말이니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약물로만 치료하거나 스프라바토 치료보다는 효과를 많이 보았다. 

 

다만, 부작용이 확실히 있고 

일반적으로 한 달씩 입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중증 환자가 아닌 이상 추천하고 싶은 치료는 아니다. 

 

충분히 약물 치료를 시도해보고 

약물저항성 환자가 의심이 되고, 자살 충동이 절제가 안 되어 목숨이 위험한 지경까지 오면.. 그때는 받아도 좋은 시술 같다. 

의료보험도 적용되고. 

 


 

 

후기 적어보려고 할 떄에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또 막상 적다보니 별로 할 말도 없다.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기억 상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상당히 불편하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

유튜브 등에 ECT 관련 설명 영상을 보면

기억이 돌아오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고, 뭐 중요한 건 메모해두거나 하면 업무에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내가 읽었던 책에 의하면,

어린 시절 기억이 대부분 없어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나에게 남은 희망인 치료이기도 하다.

내가 어쨌든 데굴데굴 아플 때, 약도 안 듣고 미치겠을때, ECT라는 처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사라진 기억은, 

쪽팔린 기억만 사라지고 나머지는 돌아오면 좋겠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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