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고사를 마친 후, 633 전환기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교실 분위기는 속된 말로... 난장판이다. 

학교인지 스터디카페인지 모르겠다. 

이미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자습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교사가 교실에 들어오든 말든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선후관계를 따져보자.

교사가 자습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습을 하는 건가. 아이들이 수업을 듣지 않기 때문에 자습을 하게 되는 건가. 

이 시기에 수업을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앓는 소리를 한다.

나는 국어교사인데 - 학교 수학 숙제를 해야 하니 자습을 하자고 한다. (??? 장난하소.?) 

 

학생들은 학습이 평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가에 반영되는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 태도는 확연히 차이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 교사의 탓일까? 

공정하고 정량화된 평가를 선호하는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고사와 평가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도록 한 학교교육과정 탓일까?

 

원론적인 이야기는 각설하고

633 전환기 시기에 그나마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했던 문법 수업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사실 특별한 활동은 없다. - 이 시기 아이들은 학습자 중심의 학습보다는 지식을 알려주는 강의식 수업을 더 선호한다. 내키진 않지만 그래야 수업을 좀 듣는다..

 

이 수업의 요점과 목표는 다음과 같다.

가. 학습자에게 국어문법의 까다로움과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나. 학습자마다 중학 국어문법 지식에서 구멍을 찾아- 보충학습이 필요한 부분을 깨닫게 한다.
다. 중학국어 전반의 복습을 꾀한다. 

 

기본적으로 수업의 흐름은 이러하다. 

(1) 학습자가 스스로 혹은 동료학습자와의 협력을 통해 '교사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문법적 지식을 복습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 시중에 중학 문법 전반의 학습내용을 중학생 수준으로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 놓은 좋은 문법 교재들이 많다. 이를 활용하면 된다. 
- 교사는 중간중간 질문이 있으면 대답해 주는 정도로 자기주도학습을 시킨다. 

(2) 위의 자료를 약 15분 정도 공부하도록 한다.
- 이때 무작위로 퀴즈를 낼 것이라고 하고, 퀴즈를 맞히면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으로 보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
(근데 이 말은 사실 함정이다. 퀴즈를 풀다보면 45분이 다 가서... 어차피 그냥 수업하다가 시간이 끝난다.)
-
방대한 양을 공부하라고 하는 것보다, 적당한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 퀴즈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공부할 수 있도록! 

(3) 꽤나 까다로운 퀴즈를 2-3개 정도 준비한다. 
- 무작위로 이름을 불러 퀴즈를 풀도록 한다. - 이때 답은 그냥 간단히 구술로 설명하게 한다. 
(이때 퀴즈를 너무 쉽게 풀어버리면, 반 친구들에게 설명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아이를 시켜 '이미 답과 설명을 들었으니 다시 한 번 설명해 보라고 한다.'.... 좀 치사하지만 친구들이 타의로라도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 점점 다른 아이들도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2)번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나,,, 대충하고 수학문제집을 푸는 학생 위주로 많이 시켰다..ㅎㅎ)
한 학생이 퀴즈의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또 다시 무작위로 다른 학생을 불러 서로 상의하며 풀어보도록 한다. 
- 계속해서 맞히지 못하면 ... 맞힐 때까지 새로운 학생이 도와주도록 한다. 
-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정답을 맞힐 때까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너무 갈피를 못 잡으면 힌트 정도만 준다.)

(4) 정답을 맞히면 학생들을 마구마구 칭찬해준다. 대신 중학교 때 이미 배운 내용임을 강조한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데.. -배운 것도 있고 안 배운 것도 있는데.. 애들은 잘 모른다. 이미 배운 내용이라고 하면 화들짝 경각심을 갖고 국어공부를 하려고 든다.) 

 

 

나는 아래 예문을 활용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유용하게 활용한 품사 예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제] 조사- 격조사와 보조사의 구분

그것 문제 아니다.
문제 그것 아니다. 

Q. 위 두 문장에서 밑줄친 단어의 품사를 말하고, 각각의 단어가 서로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주제] 조사- 주어와 보어의 구분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그것이 아니다.

Q. 위 두 문장에서 각각 주어와 보어를 찾고, 왜 그렇게 판단하였는지 문장 구조상의 문법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시오. 

 

 

[주제] 동사와 형용사, 관형사의 구분

내가 딴 건 몰라도 참을성은 형보다 낫다.

감기는 오래 앓아도 결국에는 낫는 병이다.

Q. 위 문장에서 동사와 형용사, 관형사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 품사별로 분류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말하시오. 

+) ※ 이 문제와 관련해서 영어의 형용사와 우리나라의 형용사, 관형사와의 차이점을 엮어서 설명해주면 좋다. 

아이들이 영어 문법은 빠삭하게 알고 있는데, 영어에서의 형용사가 우리나라 품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어서 많이 헷갈려한다. 

 

 

[주제] 조사와 의존명사의 구분

저 멀리 들릴 만큼 크게 소리 질러봐.
너희도 우리만큼 잘 할 수 있을 거야. 

Q. 위 두 문장에서 밑줄 친 '만큼'의 품사를 각각 말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말하시오. 

 

 

[주제] 수사와 수관형사의 구분

채 씨네는 아들이 이래. 쌍둥이라 명이 똑 닮았다던데? 

Q. 위 문장에서 밑줄 친 단어의 품사를 각각 말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말하시오. 

 

 

위의 문장이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2-3차시는 뚝딱 지나간다. 

저렇게 대놓고 헷갈리게 내면,

아이들도 자주 헷갈리는 개념에 대해 -아하!- 하는 경험을 갖고 .. 보다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문장성분 및 문장구조와 관련한 예제들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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