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말 방학을 앞두고 있던 나는 문득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날은 너무 아픈 날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우울이 나를 덮치고, 자살사고가 시작되었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다. 많다고 해서 쉽게 넘길 만한 증상은 아니다. 

한번의 기도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기도를 하면, 그날 그 사람이 숨을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일주일간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이때 내가 정 보강 할 사람이 없으면 나가서 최대한 수업을 해 보겠다고 했는데, 이게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 

학교에선 보강을 넣어주는 걸 부담스러워 했고, 쉬어보고 괜찮으면 나와서 수업을 하라고 했다.

-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쉬어보고 나오라는 게 아니라, 쉬고 늦게라도 꼭 나와서 하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병가는 이미 결재가 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학교에 알리지 않고 나가지 않은 이상한 사람이 됐다.)

 

물론 억지로 나가려면 나갈 수 있다. 정신병이라는 게 앓아눕는 병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아주 아프다. 내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상당히 억울하고 불편했다. 

 


 

 

2021년 11월 수능 며칠전, 나에게 공황발작이 일어났다. 

당시 코로나 사태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교실에 혼자 앉아 있던 나는 갑자기 온몸에 식은 땀이 나며 손이 벌벌 떨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을 겪었다. 

급하게 교무실에 있던 청심환 같은 생약을 찾아 입에 털어넣었다. 약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 선생님이 교무실에 들어오셨다. 나는 갑자기 그 순간 그자리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고, 딱히 그 선생님을 싫어하지도 않는데 도망가고 싶다니! 

그래서 난 병원을 갔다. 아무래도 내가 아픈 것 같았다. 

 

(내가 아팠던 이유는... 이 글에서 모두 쓰기에는 너무 많아 차차 기록하고자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첫째는 해소이고, 둘째는 기록이다. 한 가지 더 바라자면 나와 비슷한 아픔이나 어려움을 겪는 젊은 교사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결국은 한 학기정도는 버텨냈지만 2022학년도 2학기에 휴직을 하게 되었다. 

1년간 휴직을 한 후, 복직하여 보낸 3개월은 꽤나 버거웠다. 

학교는 아직 나에게 무거운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이었고, 나는 겨우겨우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치우며 시간을 보냈다. 진료 예약일까지 채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병원에 가길 일쑤였다. 

 

하지만 내가 아픈 걸 사람들은 잘 몰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단순하다. 

내가 병색을 가리기위해 화장을 하면 좋아보인다고 하고, 화장을 안하고 가면 아파보인다고 한다.

(정말 너무 아파보여서 화장을 할 때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살쪘다고 좋아보인다고 한다. (항우울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체중 증가이다.) 

 


 

 

아직 나는 매일 15알정도의 약을 삼키고, 약 없이는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는 중증기분장애 환자이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고, 종종 경도의 조증 증상도 나타난다. 2년이 넘게 치료받고 있는데 영 기복이 심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글을 통해 앞으로 차근차근 

젊은 여성이, 젊은 교사가, 젊은 여교사가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교직 사회는 젊은 여교사에게 어떤 공간인지 

내가 느낀 바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2024년 1월 21일. 우울증에 걸린 20대 여교사의 이야기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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