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마음 지연 2025. 3. 17. 11:39

 

이 글은 레시피 글이 아닙니다.

옛날에 토끼 캐릭터가 나와서 본인이 야매로 해본 요리를 소개하는 웹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것도 야매이긴 야매인데,

야매로 한 요리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그 야매 요리를 하려면 또 야매로 하면 안되는 것이었던 것. 

 

내가 말하는 야매 요리는

진짜 야매로 하는. 그러니까 즉흥으로 춤추는 재즈와 같은 요리인 것이다. 

 

그러니까 즉흥으로 하는 요리 말이다. 

물론 완전히 즉흥으로 하다가는 사람이 못 먹을 것을 연성해 낼 수 있으니, 내가 하는 야매요리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요리할 때 다음의 방법으로 한다. 이건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의 전제 같은 거다. 

모든 요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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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망쳐도 수습하면 된다는 마음가짐

가장 먼저 마음에 되뇌이고, 또 되뇌여야 하는 첫번째 전제이다. 

당연히 야매로 하니까 망칠 수도 있다!! 

 

야매로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정해져 있는 레시피를 지키지 않겠다'는 자유의 의지이다. 

레시피를 지키지 않고 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음식이 너무 싱겁고 맥아리가 없다거나,

너무 짜거나 달아진다거나 매워진다거나 등등.

그럴 때 몇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수습해서 먹을 만한 요리로 다시 둔갑시킬 수 있으니 당황하지말고 계속 해보자. 

 

망친 것 같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습해보자! 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말고 요리를 하자.

어떻게 수습하면 되는지는 아래 말해보겠다.

 

근데 타면 답없다 그건 망한거 맞다.

 

 

# 2. 레시피를 보되 재료만 보자

아무리 야매라도 재료도 모르고 시작할 순 없다. 

처음 해보는 요리라면 네이버 블로그에 레시피를 검색해보되, 재료만 참고하자.

 

재료 뭐가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예를 들어 고기 300g에 양파가 1개 쓰였다면, 

고기가 늘어나면 1개보다 좀 더 쓰면 되겠군. 하는 정도로만 보는 것이다. 

고추장이 1숟갈 들어가면, 고추장을 대충 사용하면 되는 거구나 보는 것.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자세히 보고 지키려고 하다 보면 망치기 쉬운 이유가 있다. 

 

 1. 재료마다 크기가 다르다. 

  - 양파 1개라고 치자. 양파도 지 나름대로 생김새가 다 다른데, 어마어마하게 큰 양파라면 반개만 넣어도 충분하다. 

  우리가 양파를 살 때 생각해보자. 갯수로 사는가, 그람수로 사는가? 

 

2. 집집마다 숟가락 크기가 다르다. 한 숟가락의 기준은 사람 생각마다 다르다.

  - 고추장 두 숟갈 넣으라고 되어있다고 치자. 두 숟가락을 뜨는 숟가락이 다른 걸? 레시피를 쓴 사람이 얼만큼의 크기의

  숟가락을 썼는지 계량숟가락이 아닌 이상..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두숟갈 얼마나 차이난다고 그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은근 맛이 달라진다. 여기서부터 야매요리 시작이다.

  맛이 안나면 그때부터 양념을 더 추가하거나 하겠지? 그럼 당신도 야매로 하고 있는 거 맞다. 

 - 한 숟가락을 뜰 때 가득 떴는지, 숟가락의 면에 평평하게 떴는지 어찌 아누? 작지 않은 차이를 만든다. 

 

 

# 3.  음식이 달아지는 것을 주의하자.  단맛 간은 나중에! 

우리가 보통 가장 어려움을 겪는 맛이 바로 '단맛'과 '짠맛'이다. 특히 한식에서 주를 이루는 맛이기도 하고.

양념을 하다보면 너무 달아지거나 너무 짜지거나 하기 십상이다. 

그 이유가 짠맛이 더해지면 음식이 더 달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단 양념을 충분히 넣었는데 간이 부족해서 짠맛을 내려다가 음식이 너무 달아지기 쉽다. 

 

짠맛과 단맛을 내는 양념이 둘다 레시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다 적절히 넣어야 간이 맞고 감칠맛도 나기 때문.

그런데 단맛은 잡기 꽤 힘들기 때문에 짭짤한 간부터 먼저 보고, 그다음에 음식의 단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3-㉠. 채소의 단맛을 무시하다간 당뇨 걸릴 거 같은 요리가 된다. 

    -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채소인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등에는 단맛이 아주 강하게 들어있다.

    특히 양파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에서 아주아주 흔하게 사용되는데, 볶거나 하면 정말 달아진다. 이를 무시하고

    '양파 많이 먹어야지~'하고 양파 많이 넣다보면 음식이 달아지니, 단 양념을 조금 줄여서 간을 해봐야한다. 

   - 이것을 역으로 야채를 통해서 단맛을 내는 방법이 있다. 육수를 끓일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달달한 감칠맛을 더하고자

     한다면 양파, 파, 양배추, 마늘 등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과하지 않은 단맛을 낼 수 있다.

     (특히 마늘! 다진 마늘과 직접 다져서 넣는 마늘도 은근히 다르니 잘 활용해 보자) 

 

  # 3-㉡. 간장의 종류를 다양하게 활용하자. 

    - 요리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간장 아무거나 막 쓰다가 듣도보도 못한 맛이 연성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 국간장 / 양조간장 / 진간장을 반드시 구분해서 쓰자. 

     기본적으로 간장은 달다. 가장 단 건 양조간장이고, 가장 짠 건 국간장이다. 조림요리에는 진간장이 적절하다고 하는데

     난 해본 적 없다용. 그리고 간장은 색이 진하기 때문에 보기에 좋은 요리를 하려면 그것도 조심해서 사용하자. 

 

  # 3-㉢. 간장간과 소금간은 다르다. 

    - 위에서 말했듯이 간장은 기본적으로 달다. 소금은 단맛없이 짠맛이 많기 때문에, 음식이 너무 달아질 것 같은데 간이

     더 필요할 때에는 소금을 사용하면 좋다. 

    - 보통 국을 끓일 때에는 국간장을 사용하는데, 국간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국물 색이 요상스러워지거나 너무 달아지기

     도 하기 때문에 간장간과 소금간을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것이 좋다. 

 

 # 4. 너무 짜거나 달면 물을 활용하자

    - 이것은 진짜 응급처치이다. 

    - 국이나 찌개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국물을 몇 국자 건져내고 물을 추가해서 다시 간을 한다. 

    - 볶음 요리가 너무 짜거나 달아졌다면, 국자로 물을 한 두국자 넣어서 물을 넣은 상태로 살짝 볶는다. 물에 자작하게

     양념이 배어 나오면 건더기는 두고 그 물만 버린다. 그러면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다. 그 상태로 센불에서 볶아서

     물은날리고 다시 음식을 볶아내면 된다. 

 

 # 5. 맵다고 다 똑같은 매운 맛이 아니다. 원하는 매운 맛마다 다른 재료를 써야한다. 

    - 매운 요리를 사용할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념이 고춧가루, 고추장, 청양고추, 후추 등인데 각각 내는 매운 맛이

     다르므로 어떤 매운 맛을 내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한다. 

    - 깔끔하고 칼칼한 매운 맛은 후추를,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양념의 매운맛은 고춧가루를 활용하면 좋은데, 고춧가루마다 매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매워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 고추장은 텁텁, 찐득, 달아진다. 떡볶이 양념할때 고추장을 너무 많이 쓰면 영 맛없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리고 고추장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추장찌개를 끓일 것이 아니라면 찌개에 넣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 고추향을 내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활용하면 좋다. 청양고추는 넣을때 아주 잘게 넣거나 아니면 크게 넣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면... 좋겠지?  

 

#6. 조미료 쓰자 

   ..... 우리가 무슨 블랙요리사도 아니고 조미료 걍 쓰자. 

  추천하는 조미료는 맛소금, 참치액, 치킨스톡이고, 육수 한알도 매우 유용하다. 

 

 

이상이다. 

 


 

야매요리를 하면 좋은 점이 - 한번 해보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할 수 있다. 

즉흥으로 연주하는 재즈에다가 변주까지 줘 보는 재미! 요리가 더욱 재밌어지고 나만의 아이덴티티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한 요리 제목 물어보면 '한번 해본 찌개', '한번 해본 카레' 같은 건데 

그 한번 시도해본 요리가 성공하면 어찌나 짜릿한지! 

 

그리고 요리하면서 걱정하거나 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다. 

 

모두들 야매요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