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마음 지연 2025. 1. 19. 19:54

 

애인은 아주 이른 새벽,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인지 한밤중인지 경계가 애매한 새벽 4시.

매일같이 누구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내가 눈을 뜨기 전, 그러니까 아침이 오기도 전에 그날의 첫 메시지를 남긴다.

 

나의 병에 '쿨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며칠 후였나, 어김없이 04시 56분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지연, 새벽아 춥다 따듯하게 자 사랑해 

 

'새벽아' ?

오타였을까? '새벽 아침'이라고 치려고 했던 걸까? '새벽이 춥다'고 하려던 걸까?

마치 나를 '새벽'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 그 우연한 오타에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내가 만약 '새벽' 같은 사람이라면, 

나의 병인 '쿨쿨이'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쿨쿨이'보다 먼저 일어나서 '나'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새벽의 시간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연인지, 운명인지

어쩌다가 '새벽'이라고 불린 나는, 그게 나였으면 했다. 

 

그래서 그에게 나를 '새벽'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였다. 

 

고요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밝은 빛도 따스한 햇볕도 없는 차가운 밤이 아니라 

아침을 기대하는, 모든 생명이 깨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오늘 하루의 남은 시간을 향유하는

그런,

새벽을 사는 사람이고 싶다.